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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병역비리’ 정국, 병역거부 확산

집단 병역거부 선언, 여성․장애인 지지 보내


이회창 대통령 후보 아들들의 병역면제 비리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학가를 중심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행위가 확산되고 있다. 7월말 부산동아대생 임치윤 씨에 이어, 12일에는 서울대생 나동혁 씨가 입영을 거부했다. 입영통지서가 나오지 않은 대학(원)생 14명도 이날 집단적으로 예비병역거부를 선언해, 병역거부의 대열에 동참했다.

아침 11시 서울지방병무청 정문 앞 기자회견에서 나씨는 "국가에 대한 일방적인 복종과 순응 대신,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사회, 진정한 민주주의와 인권을 원한다"라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이 땅에 평화와 인권을 가져올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행동"이라고 병역거부의 이유를 밝혔다.

또한 예비병역거부 선언자 14명을 대표해, 경희대 대학원생 염창근 씨는 자신들의 양심에 따라 앞으로 요구될 병역의무를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전쟁을 반대하는 양심, 사람을 향해 총을 들지 않을 양심, 국가기구에 의한 인권침해에 반대하는 양심이 그것. 염씨는 "국가기구가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제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나서지 않고서는 현 병역제도 문제가 시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들의 지지성명도 이어졌다. 여성해방연대 김영미 씨는 "군필 '남'을 대우하는 지금의 사회제도는 여성을 철저하게 배제해 여성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한다며, 징집의 대상이 아닌 여성으로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노들장애인야학 등 장애인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입영 및 집총을 거부하고 사회봉사활동을 양심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된다면 …중증장애인을 비롯한 소외계층의 사회보장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했다.

이날 나씨는 입영 대신 병무청을 방문해 병역거부서를 전달하고 이후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시켰다. 한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아래 연대회의)는 지난 10일 구속기소된 병역거부자 임치윤 씨에 대해 불구속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연대회의 최정민 집행위원은 "최근 고위층 아들의 병역비리 문제와 허원근 일병 타살사건 등 군대내 민주화 문제는 (병역제도에) 집단적으로 문제제기 하는 사회적 배경이 되고 있다"라며, 병역거부 행위와의 관련성을 시사했다. 징집과정에서의 비리와 군대내 비민주성 자체가 병역거부의 직접적 이유가 되진 않을 지라도, 병역의무를 당연시해 온 젊은이들에게 최소한 진지한 고민의 계기를 제공하는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