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운동, 어디까지 왔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과 대체복무제" 국제회의 열려


최근 종교적 이유뿐 아니라 정치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운동의 의미와 전망을 짚어보는 의미 있는 국제회의가 열렸다. 양심에따른병역거부권실현과대체복무제도개선을위한연대회의와 성공회대인권평화센터, 그리고 미국친우봉사회가 주최한 이날 회의에는 세계 각지에서 오랫동안 병역거부운동을 전개해온 해외활동가들이 다수 참석했다.

특히 오전 세션에는 전쟁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이스라엘과 얼마 전까지 전쟁을 치른 세르비아의 병역거부 현황이 소개돼 흥미를 끌었다. 먼저 이스라엘에서 온 활동가 아미르 지볼 씨는 "현재 이스라엘 정부는 모든 상황의 폭력에 반대하는 양심에 따른 '완전병역거부자'에 한해 형식적으로나마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영토점령에 대한 반대를 포함한 정치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는 반역행위로 간주한다"고 전했다. 이어 세르비아의 이고르 세케 씨는 "세르비아 헌법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명시하고 있지만, 대체복무기회는 군대 내 비전투분야로 제한되어있다. 게다가 정부는 전쟁상황이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병역거부운동을 나토나 미국에 협조하는 것으로 몰아세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내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두 활동가 모두 "병역거부운동이 반군사주의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일치시켰다.

연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는 병역거부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들이 다뤄졌다. 먼저, 병역거부가 인정되면 국가방위에 구멍이 뚫릴 것을 우려하는 질문에 병역거부 활동가들은 "방어를 위한 군대라도 그것은 전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군사력에 의해서는 평화가 확보될 수 없으며 오히려 평화구축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응수했다.

또한 양심에 입각한 병역거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지도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해 반전 인터내셔날의 안드레아스 스펙 씨는 "개인의 양심을 국가가 심판해서는 안된다"고 전제한 뒤, "한 개인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인지에 관한 결정은 그 사람만이 내릴 수 있으며, 국가는 다만 이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참석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병역거부자들이 감옥에만 가는 것이 아니라 출소 후에도 온갖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고 증언하면서 유엔 차원의 해결방안이 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퀘이커국제사무소 레이첼 브렛 씨는 "유엔 인권위원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모든 권리를 차별 없이 누려야 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으나, 여전히 많은 병역거부자들이 차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면서, "우선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국가보고제도를 통해 구체적인 차별실태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며, 개별 진정을 제기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한편, 오늘은 '대체복무제도의 사례와 한국의 가능성'을 주제로 회의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