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기자의 눈>교리논쟁 앞에 고개 숙인 인권

기독교 최대종파인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인권위원회(아래 예장인권위)가 2일 병역거부에 대한 '지침' 마련을 위해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는 법원의 무죄판결 이후, 우리 사회에서 공론화 되고 있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이 없었던 예장인권위의 적극적인 행보가 조만간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예장인권위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해 교계의 입장을 밝혀 신자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자 다양한 입장을 듣겠다는 취지에서 공청회를 기획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날 공청회에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찬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각계 전문가 3인씩이 초청돼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특히,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해 종파를 떠나 인권으로 접근해야 하고, 기독교전통이 평화주의와 맥을 같이 하고 있는 만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를 인정해야 한다는 연세대 교목실 정종훈 교수의 주장은 눈길을 끌었다. 정 교수는 "여호와증인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으나, 지금은 자신의 신념, 평화에 대한 마음으로 병역거부를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특정종교만의 문제로 좁히지 말고 모든 사람의 인권으로 보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교단 내에서도 '여호와의 증인이 이단이므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안돼' 라고 말하는 것에서 벗어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권의 영역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장로회신학대학교 맹용길 교수는 "누구든지 평화를 추구하고 싶지만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싸워야 한다"는 입장에서 "평화를 추구하는 한 방식으로 병역의무의 이행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단사이비문제 최삼경 상담소장은 "소수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그 소수의 인권 때문에 나머지 절대 다수의 인권을 침해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절대 다수의 희생적 선택이 있음으로써 가능한 '소수인권존중' 이라는 점에서 현재 전개되고 있는 '인권이기주의에 경도된 듯한' 대체복무제 입법 추진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이날 공청회의 아쉬운 점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여전히 특정종파의 반사회적 행위로 낙인찍어 인권의 관점에서 진전된 논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또한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를 대립시킴으로써 이들이 공존할 수 없다는 견고(?)한 이분법으로 논의가 진행돼, 감옥 외는 달리 갈 곳이 없는 병역거부자들을 여전히 포용하지 못하고 있는 한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공개된 자리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해 찬반 의견을 폭넓게 들으려한 애초의 취지에 맞게 다양한 입장차이를 여과 없이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