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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의문사법’ 3차 개정 여론 대두

의문사 진상규명 중단 위기! “중도하차 안 된다”


민주노총, 추모단체 등이 의문사위의 조사권한 강화, 조사기간 연장 등 '의문사법' 3차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의문사위의 조사기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의문사 진상규명 작업이 중도하차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상임공동대표 남상헌 등, 아래 계승연대) 이은경 사무처장은 "현재 사건 태반이 종결보고서를 작성하는 데만도 헉헉댈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마무리 일정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이 사무처장은 또 "사건종결 시까지 미흡한 부분에 대한 추가조사의 여지가 전혀 없다"라며, "이렇게 되면 (조사가 진행 중인 의문사 사건에 대해) 졸속적으로 판단될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18일 성명에서 "만약 이대로 끝난다면 살인자들이 버젓이 활보하는 가운데 구천을 떠도는 억울한 노동자들의 영혼은 영원히 잠들지 못할 것"이라며, "의문사진상규명위의 활동시한을 연장하고 권한을 크게 강화하며 … 특단의 대책을 세울 것"을 정부와 정치권에 촉구했다. 노동자 관련 의문사는 박창수 사건 등 10건에 이르고 있다.

현재 의문사위는 모두 83건의 의문사 중 24건을 종료하고, 나머지 59건에 대해 진상규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피진정인들과 국가정보원 등 가해기관의 비협조로 지금까지 의문사 진상규명 작업은 난항을 거듭해 왔다. 이에 따라 조사가 진행 중인 59건 중 절반 이상이 '진상조사 불능'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사태는 애초부터 예견되어 왔다. 피진정인과 가해기관의 비협조를 극복할 수 있는 권한이 의문사위에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2차례 '의문사법'이 개정됐지만, 조사기간만 연장되어 왔을 뿐 조사권한을 강화하려는 노력은 번번이 무산됐다. 따라서 '이번만큼은 조사권한을 강화하는 속에서 조사기간도 연장시켜야 한다'는 것이 유가족들과 계승연대 등의 입장이다.


조사권한 강화, 조사기간 삭제

이에 계승연대가 마련한 3차 개정안에 따르면, 의문사위가 통화내역·금융거래에 관한 정보 등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관련기관 등에 요구할 때, 제출을 요구받은 자는 지체 없이 이에 응해야 한다. 피진정인 등에 대한 통화내역 감청, 출국금지, 압수수색 등을 관계기관에 요청할 수 있고, 협조요청을 받은 관계기관 또한 지체 없이 이에 응해야 한다. 동행명령에 응하지 않았을 경우 강제구인도 할 수 있다.

위원회의 조사기간 조항은 아예 삭제돼 철저한 진상규명이 가능케 했고, 진정인은 의문사위의 결정에 대해 재심 청구나 추가진정을 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밝혀진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와 소멸시효의 적용을 배제했고, 국가배상이 있을 시 우선 피진정인의 재산을 몰수할 것을 권고할 수 있게 했다.

계승연대 등은 20일 아침 10시 한국일보 13층 송현클럽에서 '의문사법' 3차개정을 위한 긴급기자회견을 연다. 이후 30일 '의문사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고, 31일에는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질 계획이다.

앞서 이들 단체는 의문사 진상규명 작업에 비협조적이었던 전두환 전대통령, 최광태 검사, 국가정보원 등을 상대로 항의방문을 전개하기도 했다.

<해설>
80년대 초 강제징집·녹화사업과 관련,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두환 씨는 10일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지난 1월에는 정형근·최연희·유흥수 등 국회의원 3명이 의문사위의 소환조사에 불응했다. 정 의원과 최 의원은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 검사였으며, 유 의원은 치안본부장이었다.

97년 김준배 의문사 사건의 담당검사 정윤기 현 영월지청장은 출석요구와 동행명령을 모두 거부해, 지난달 의문사위로부터 과태료 7백만원을 부과받았다. 97년 정경식 의문사 사건의 담당검사인 최광태 현 대구고검 검사는 12일 동행명령을 거부했다. 88년 문용섭 의문사 사건 담당검사였던 명동성 현 인천지검 차장검사도 출석요구에 계속 불응해, 현재 동행명령장이 발부된 상태다.

가해기관 중 하나인 국가정보원은 7일 단지 '관련자료의 목록만 확인하겠다'는 의문사위의 실지조사 요구를 거부했다. 또 다른 가해기관 기무사에 대한 실지조사 방침도 정해졌지만, 성사여부는 불투명하다. 한편, 의문사위는 전두환 전대통령에 대해 2차 출석요구를 했고, 노태우 전대통령에 대해서도 출석요구서를 발부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