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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획기사] 일하는 청소년들의 권리지키기 ②

부당 대우, 청소년 노동의 알파와 오메가

일을 하는 청소년들이 겪는 부당 대우와 인권침해는 과도한 노동이나 저임금 뿐 아니라 처음 근로계약을 할 때부터 시작해 일하는 동안, 그리고 그만두기까지 고용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임금 미지급

2년 전에 집을 나와 봉천동에 위치한 쉼터에서 지내고 있는 김○○(신문배달, 17살)군은 어쩔 수 없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있다. 집을 나와 일을 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김 군을 더욱 힘들게 한 것은 열심히 일하고도 그만큼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었다. 김 군은 "불행했어요. 처음에 50만원 준다고 했는데 24만원 밖에 안 주고... 원래 신문 1부 돌리면 천백원이었는데 안보는 사람들한테 돌리는 건 안 쳤더라구요"라며 씁쓸해했다. 결국 청소년의 동의 없이 고용주가 정한 방식대로 임금을 계산하다보니 청소년들이 납득 할 수 없는 이유로 임금이 삭감되곤 해 처음 약속했던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고용주가 임금의 일부를 그만둘 때 주겠다며 제때에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어린이집에서 보조교사로 일했던 유○○(20살)양도 마찬가지로 "10일 더 일한 게 있었는데 그거는 나중에 그만 둘 때 준다"며 고용주가 제때에 주지 않아 결국 일을 그만 둔 후에도 몇 번이나 찾아가서야 겨우 임금을 받을 수 있었다.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 배제

2000년 7월 1일부터, 노동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에는 계약직, 임시직, 일용직 등 고용형태나 근로형태를 불문하고 산업재해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해 청소년의 경우도 당연히 산재보험을 적용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점에서 일을 했던 한○○(18살)양은 "같이 일한 애들 중에 기름에 데고, 청소하다가 손이 베이기도 했는데.. 자기가 잘못해서 다친 거니까 그냥 자기가 알아서 병원에 갔어요. 치료비 같은 건 없었어요"라고 말해 청소년들이 이런 권리 자체를 모르고 있으며 치료는 물론 치료비까지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겨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최○○(17살)양은 미용실에서 보조로 일을 하고 있는데 안전장치가 없어 위험한 순간을 경험하기도 했다. "제가 (손님 머리를) 말리고 있었어요. 근데 콘센트가 터져서 죽는 줄 알았어요. 과열돼서 몇 번이나 그랬어요. 거기다 전기랑 물을 같이 쓰잖아요"라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산재보험의 적용뿐만 아니라 일하는 청소년들이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작업 환경을 만들고 안전 교육도 실시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성추행 및 성차별

일하는 청소년들 중 여자 청소년의 경우에 성추행이나 성차별을 당하는 일도 있는데 주유소에서 일을 했던 김○○(18살)양은 "손님이 오면 '어서 오십시오'하고 뛰어나가야 하는데.. 어색해 하면서 앉아있으니까 오빠들이 다음 번에 니가 안 나가면 가둬놓고 가슴 만진다고... 너무 충격적이어서 바로 그만뒀어요"라며 말하는 내내 난처해했다. 고용주에 의해 성차별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같이 일을 하는 동료 남자들에 의해 성추행이 일어나기도 하고 이런 경우 이야기도 잘 할 수 없어 일을 하는 여자 청소년의 경우 이중 삼중의 인권침해를 경험하고 있다.

또한 여자 청소년들이 일을 구할 때 일의 특성에 맞는 조건보다는 외모를 중심으로 모집조건을 제시하는 사업장도 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매장을 돌아다니며 손님들의 불편한 사항을 체크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했던 한○○(18살)양은 "점장이 추천해서 하는데요. 이 일을 하려면 성실하고 착하고 예뻐야 한다고 했어요"라며 선발조건을 얘기했다. 그러나 착해야한다거나 외모 같은 것은 언뜻 들어도 그 일과 특별히 관계가 없는 것들로 엄연한 차별이며 여자 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욕설 등 인격 모독

"조금만 실수해도 엄청 욕을 먹었어요. 미친년 이런 것 하나도 못하냐고...주문 받을 때도 잘 못 들으면 니가 개야? 사람 말을 한번에 못 알아들어? 이런 말을 반복했어요"

3개월 동안 음식점과 패스트푸드점에서 일을 하면서 김(18살)양이 당한 모욕이다. 하지만 김 양은 "참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고용주들이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청소년들을 대하기 쉬운 상대로 보고 무시하는데다, 청소년들도 나이에서 오는 위압감을 극복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임의적인 해고

근로기준법 30조 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노동자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등을 할 수 없으며 정당한 해고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해고일 30일 전에 해고 예고"를 해야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30일분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하는데, 일하는 청소년의 경우 이러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해고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고용주의 임의대로 해고가 이루어지고 있다. 심지어 김○○(음식점 서빙, 18살)양은 고용주가 시키는 대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했다. 김 양은 "일요일에는 일을 안 하기로 약속했는데 갑자기 일요일에 전화가 왔어요. 빨리 나오라고, 계속 안 된다고 하니까 무조건 나오라면서 전화를 끊어버리는 거예요. 그래도 아무튼 안 된다고 얘기했으니까 안 갔죠. 근데 나중에 (전화기)음성에 녹음돼 있는 거 들으니까 너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이따위로 할거면 차라리 그만 두라고 그러면서 심하게 화를 냈어요"라며 억울해했다.

결국 일하는 청소년들은 일하는 내내 온갖 부당 대우와 인권침해를 당하면서도 많은 경우 참거나 아니면 그만두고 또 다른 사업장을 찾는 수밖에 없어, 열악하고 불평등한 노동환경의 악순환이 계속 되고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