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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전 한총련 간부, 민주화운동 인정

의문사진상규명위, 국보법 개폐 권고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 아래 위원회)는 9일 97년 제5기 한총련 투쟁국장 김준배 씨가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사망했다고 인정했다. 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제5기부터 올해 제10기에 이르기까지 계속 이적단체의 족쇄에 묶여 있는 한총련에 대한 재평가와 더불어 이적규정의 잣대인 국가보안법에 대한 개폐 논의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97년 9월 16일 한총련 간부로 수배 중이던 김 씨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광주광역시의 한 아파트에서 케이블선을 타고 내려오다 사망했다. 위원회는 추락으로 인한 사고사라는 당시 경찰 수사결과와 달리, "추락과 경찰의 폭행이 복합적으로 김 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공권력의 위법한 행사로 인한 사망"이라고 인정했다. 이는 추락 직후 경찰이 김 씨를 폭행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을 확보한데다 일본 법의학자 역시 추락 이후 별도의 충격이 있었을 거라는 감정 소견을 낸 데 따른 것.

또한 위원회는 김 씨가 "97년 당시 사회쟁점이었던 노동법과 안기부법 날치기 통과 규탄, 대선자금 공개, 한보비리 진상규명 운동 등을 했다"라며, "이같은 활동은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저항이므로 민주화운동과의 관련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한총련 간부로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 중이던 김 씨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국가보안법의 오·남용은 권위주의적 통치의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이고 권위주의적 통치에 반대하는 행위는 '실정법'에 저촉되는 양상을 보일 수밖에 없다"라며 "실정법 위반 여부가 곧 민주화운동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또한 위원회는 "국제인권규약에 비추어본다면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는 것은 이 규약에 위배된다고 판단할 여지가 충분하다"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한상범 위원장은 "군사독재 정권 아래 만들어진 법령, 판결, 행정조치, 관행 등이 그대로 현행 법질서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다"라며 "구시대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해 형식적 법질서와 정의가 충돌할 때 위원회는 실질적 정의를 선택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후속조치로서 김 씨를 폭행한 경찰관 이영진 씨를 독직폭행 혐의로 검찰총장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밖에 위원회는 정부와 국회에는 국가보안법의 개정 내지 폐지를 위해 노력할 것을, 경찰과 검찰에는 애초 김 씨 사건을 처리했던 공무원들에 대해 자체 감찰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경찰 작성의 부검 기록 중 상당부분은 사실과 다르고, 사건을 지휘했던 정윤기 검사는 당시에 구타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끝까지 목격자를 조사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해 사건을 은폐하려했다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씨의 유족을 비롯해 민주화운동정신계승 국민연대는 10일 아침 11시, 종로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