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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월드컵 전, 장기 분규 해결하라"

금속 장기투쟁 노조들, 무기한 노숙투쟁 돌입

월드컵을 열흘 앞둔 21일 금속산업연맹(위원장 직무대행 전재환) 소속 14개 장기투쟁 사업장 노조들이 함께 사태해결을 촉구하며 무기한 상경․노숙투쟁에 돌입했다.

이들 노조원 1백50여 명은 이날 오후 1시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모여 기자회견 및 투쟁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부당노동행위 사용자 구속 △정리해고 중단 및 원직복직 등을 요구했다.

이 투쟁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캐리어사내하청지회(투쟁 4백60일), 회사의 일방적 폐업에 맞서 공장재가동을 주장하는 일진아산지회(3백37일), 민주노조 인정을 요구하는 동부지회 양헌기공분회(2백52일), 최근 근골격계질환 직업병 문제로 싸우고 있는 대우조선노조(48일) 등이 참여했다.

특히 이날 1천9백84일째 고용승계 투쟁을 벌이고 있는 포항제철고용특위(삼미특수강), 전날 한강대교 고공시위를 벌였던 시그네틱스지회(3백4일) 노조원들이 눈에 띄어 관심을 끌었다.

전재환 직무대행은 기자회견문에서 "만약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월드컵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정부가 말하고 있는 평화월드컵, 안전월드컵이 노동자들의 희생을 감추고 기만적으로 진행되는 산재월드컵, 폭력월드컵이라는 사실을 폭로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최근 '월드컵 노사평화선언'을 추진해온 정부가 월드컵 전에 이들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여 월드컵 노사평화에 실질적인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시그네틱스지회 김명화 노조원이 전날 한강대교 고공시위 현장을 상기하며, "우리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엉엉 울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현재 시그네틱스지회 노동자들은 정리해고가 불을 보듯 뻔한 안산공장 이전을 거부하며 영풍그룹을 상대로 파주공장으로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이미 폐쇄된 서울공장에서 일했던 여성 노동자다.

결의대회 이후 금속노조 정기영 부위원장 등 대표단 8명은 노동부를 방문해 장기투쟁 사업장 문제의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 '상경노숙 투쟁단'은 25일까지 각 사업장의 본사 또는 서울지사를 순회하면서 규탄투쟁을 전개하고, 26일에는 민주노총 집회에 결합한다.

한편, 노동부 노사조정담당관실 이성희 사무관은 이들 투쟁이 장기화되는 원인에 대해 "노동조합에 대한 사용자들의 인식이 문제"라고 답변하고, "금속연맹과 협의하면서 해결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 사무관은 또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법 조항 자체가 약하"고 "우리가 (몇몇 부당노동행위 사용자들에 대해) 구속이 옳다고 생각해도 검찰과의 문제에서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며, 현 제도가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시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