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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저작권법 개정안, 정보접근권 위축

도서관 디지털화, 이용 제한 … '그럼 돈 들여 왜 하나?'


정부가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에서 저작권을 보호한다면서 국민의 정보 접근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저작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해 11월 정부가 발의해 현재 국회 문화관광위에 계류 중인 저작권법 개정안은 디지털화한 도서를 도서관 시설 내에서만 볼 수 있도록 해, 먼 거리에서 인터넷을 통해 도서관의 자료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했다. 또 도서관 안에서도 동시에 특정 도서를 읽을 수 있는 이용자의 수를 도서관에 보관된 그 도서의 수로 제한했다. 그 이외의 사람들이 도서관에서 그 도서를 읽으려면 도서관이 저작권자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정해, 사실상 그에 따르는 저작권료를 별도로 지불하도록 했다.(제28조 2항)

이에 대해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강사인 정경희 씨는 "디지털 도서관의 장점은 먼 거리에서도, 여러 사람이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것인데,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법 개정안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도서관을 디지털화하는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씨는 "원래 도서관이란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소외계층을 위한 공적 기능을 하는 것"이라며 "디지털 도서관 역시 이러한 역할을 이어받아 이용자가 먼 거리에서 인터넷을 통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존의 저작권법이 창작성 있는 데이터베이스에 한해 권리를 보호를 했던 데에 비해, 개정안은 창작성이 없는 데이터베이스의 제작자나 투자자에 대해서도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제2조 및 제73조) 이에 대해 정보공유연대 IPLeft의 오병일 씨는 "문화와 예술의 발전을 위해 창작자를 보호한다는 저작권법의 궁극적인 취지에서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개정안은 공공데이터베이스에 대해서도 저작권을 동일하게 보호하고 있다. 오 씨는 "공공데이터베이스는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므로, 비밀로 유지해야 할 정보가 아닌 이상 국민이 자유로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저작권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법 개정안은 애초 올 29일 문화관광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국회도서관장이 디지털 도서의 이용을 제한하는 문제에 대해 이견을 제기해 일단 국회 논의 일정이 미뤄진 상태다.

한편, 진보네트워크센터, 「도서관콘텐츠 확충과 책 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 등은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정보 접근권을 신장하는 방안이 중요하게 검토돼야 한다"며 "저작물의 자유 이용 영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방향에서 저작권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은 25일 이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