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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편견·궁핍에 지치는 '한부모 가정'

다양성 교육·양육비 보조 현실화 등 절실

오랜 별거 끝에 올해 초 이혼을 한 장아무개 씨는 자신과 아이가 '한부모 가정'이라는 사실을 주위에 숨기지 않고 지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러나 아이의 입학 후 사정은 달라졌다. "혹시라도 이혼사실이 아이에게 불이익과 상처를 줄까봐" 장 씨는 학교에서 조사하는 가정환경 조사서에 사실대로 기재할 수 없었다. '한부모 가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선생님이 아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우려가 더 컸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의 과제물 가운데엔 '아빠얼굴 그리기, 가족신문 만들기' 등, 주로 가족과 관련된 것들이 많아요. 그런데 아이 스스로 '우리 집은 비정상'이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물론 여러 차례 아이에게 부모의 이혼이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알려줬지만 역부족이다.

때문에 장 씨와 같은 '한부모'들은 "아빠·엄마·나라는 정형화된 가정형태뿐 아니라, 한부모 가정이나 조부모 가정 등 다양한 가정형태에 대해서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교과서의 개편뿐 아니라 교사에 대한 연수도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주위의 편견 어린 시선도 문제지만, '홀어머니 가정'의 경우엔 경제적 여건 또한 무시 못할 현실적 어려움이다. 여성노동자들은 남성노동자에 비해서 일할 기회나, 임금, 승진에 있어서 차별 받고 있는 데다 소득도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정살림만 했던 어머니들은 특별한 기술을 습득하지 못해, 식당직원이나 청소원, 파출부 등의 일을 주로 하게 되는데, 그 임금은 생계유지에도 빠듯한 정도다.

물론 이혼한 여성가장들을 지원하는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모자복지법을 근거로 약 5만여 가구의 한부모가정을 지원하고 있다. 미취학아동에 대해서는 월 1만8천원 정도의 양육비와 보육시설 입학비 일부를 지원하고, 취학아동의 경우 학비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원대상이 극히 제한적이고 액수 또한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불어 이 정도의 제도적 장치조차 수급대상자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 성 상담소 유경희 소장은 "남편의 폭력이나 외도 등으로 이혼하는 여성들은 헤어지는 것이 최대목적이기 때문에 위자료나 양육비에 대한 고려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전에 이혼 후의 대책을 준비했던 장 씨도 "이혼 전 양육비 지원에 대한 공증을 받았지만 아이 아빠가 안주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호소한다. 유경희 소장은 "아이를 키우지 않는 부모에게 양육비 지급을 강제할 법적 규정이 현 민법이나 가족법에는 부재하다"며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이와는 별도로 정부차원의 양육비 보조를 현실화할 필요가 절실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