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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고> "구금된 병역거부자들, 자의적 구금으로 유엔 인권위에 통보 가능"

3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참가단의 첫 일정은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의 한국담당관 훌란(hulan Tsdev)씨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됐다. 한국 담당관이라고는 하지만 한국 사정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이번 유엔인권위원회에 왜 참석을 하게 됐는지 또 한국에서 병역거부자들의 인권 상황이 어떤지에 대해 설명했다. 훌란 씨는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계속 자신에게 정보를 줄 것을 부탁했다.


한국 기독교계 입장에 놀라움

오후에는 주로 아시아 단체들과 전세계적으로 오랜 기간 병역거부 운동을 주도해온 몇몇 단체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는 시간이었다. 홍콩의 아시아법률자료센터는 병역거부 뿐 아니라 한국의 군대 내 인권문제나 군사주의 문제까지 관심을 보였다. 국제화해위원회와 반전인터내셔널의 활동가들은 한국의 분위기 중 기독교계의 입장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였다. 특히 범종교인들이 함께 모여 만든 평화단체인 국제화해위원회의 활동가는 예전에 개신교에서 병역거부를 했던 역사가 있다고 말하며 세계교회협의회(WCC) 등 세계적 종교네트워크를 통해 한국의 기독교계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들은 국제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전세계 활동가들과 함께 한국에서 병역거부에 관한 국제회의를 개최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4일 점심, 주제네바 한국 대표부와의 약속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인권, 평화단체들, 개인들과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다. 그 첫 주자는 이미 한국의 인권운동단체들과 많은 연대를 하고 있는 국제인권연맹(FIDH)이다. 이어 참가단은 지난 해 한국을 방문해 이미 병역거부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권정책협의회(Council on Human Rights Policy)를 만났다. 주로 한국의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상황을 알리고 함께 연대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점심에는 유엔건물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주제네바 한국대표부를 방문했다. 주제네바 유엔대사를 비롯해 대표부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과 함께 얘기를 나눴는데, 주로 58차 인권위원회 전반적인 상황과 병역거부에 관한 얘기들이었다. 이번 의제 9번에 예정돼 있는 한국 정부의 발언에서 대사는 병역거부 문제에 대해 언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특수성을 얘기해야 할 것 같다고 대사는 얘기했다. 국제적인 인권기준을 한국에 알리고 한국의 인권상황을 개선하는데 일조해야 하는 것이 외교부의 임무 아니냐는 얘기가 오갔다. 국방부 등 국내 상황을 핑계로 자신의 임무를 방기하는 듯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어 우리 참가단은 대표부에 아직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에 한국 정부에서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니 빠른 시간 내에 제출해 줄 것과 종교와 신념의 자유에 관한 특별 보고관인 아모르(Amor)씨를 한국에 초청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특별보고관 한국 초청 요청

마지막으로 이번 유엔인권위원회 기간 중 이곳에 와 있는 국제단체들 특히 병역거부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단체들을 한국대표부에서 초청해 민간단체들의 활동과 입장을 듣고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가질 것을 제안했다. 정부는 흔쾌히 수락을 했다. 이곳 제네바에는 대부분 나라의 대표부가 있는데 많은 정부에서 이런 식으로 민간단체들을 초청해 함께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를 갖는다. 각 정부들이 민간단체를 사회를 구성해가는 하나의 파트너로 사고하고 있다는 얘기다.

5일, 이번 주 인권위 일정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익숙치않은 언어에 1주일을 견디고 나니 피곤이 밀려왔다. 이날 일정은 유엔인권위 내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Working group on Arbitrary Detention)과 국제평화사무국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됐다. 한국의 상황을 두고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지만 막상 간담회에서 실무그룹 담당자는 넓은 의미에서 자의적 구금을 정의할 때 한국의 상황도 충분히 해당될 수 있다며 몇 사건을 실무그룹에 제소할 것을 제안했다. 병역거부자들이 처벌받는 대신 대체복무제도를 통해 병역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게 돼야 하는 것이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대체복무제도가 없어 병역거부자들이 구금돼 있으므로 이를 넓은 의미의 자의적 구금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자의적구금 관련 실무그룹 제소 제안

국제평화사무국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평화단체이며 유럽연합 자체에서 병역거부권을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로 인정하기 이전 60~70년대에 병역거부운동을 활발히 벌였다. 그 다음 만난 단체는 세계교회협의회. 한국의 일부 교회에서 대체복무제도를 통한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상황 개선에 반대한다는 얘기를 듣더니 무척 놀라와했다. 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묻고 돕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점심시간 무렵 이번 인권고등판무관실 병역거부에 관한 보고서를 담당했던 담당관을 만났다. 보고서 자체가 기대 이하로 실망스럽게 제출된 것에 대해 항의하고 인권고등판무관실에서 각국 정부에게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압력을 넣어줄 것과 민간단체들의 의견을 좀더 폭 넓게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담당관은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각국 정부의 비자발적 참여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하며 민간단체들의 도움을 부탁하기도 했다.

최정민(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부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