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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한국의 국가범죄 유형 ①

강점시기 강제동원, 전쟁시기 민간인학살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이창희 수석전문위원의 보고에 의하면, 일제강점 아래, 특히 31년 만주사변 이후 일제에 의해 일본 등으로 강제동원된 수는 2백40만에 이른다. 여기에는 군인?군속이 64만여명, 노무자가 1백52만여 명이다. 하지만 종군 위안부는 8만에서 20만명까지로 그저 추정될 뿐이다.

한편, 지난해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범국민위원회」에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전후 남한 전역에는 한국군과 경찰, 우익청년단체, 미군 등에 의해 민간인학살이 광범하게 벌어졌다. 범국민위원회는 전쟁전후로 50만~1백만 정도의 민간인이 학살됐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두 사건은 모두 전쟁범죄 혹은 국가가 민간인을 상대로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저지른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한다. 독일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치 등 전쟁범죄자들에 대해 공소시효를 묻지 않고 계속 처벌했다. 독일정부는 형법을 2차례나 개정하면서, 이들에 대해 공소시효 적용을 아예 배제해 버렸다.

두 사건은 또 98년 '국제상설형사재판소 설립을 위한 로마협정'에서도 반인도적 범죄로 명확히 확인된다. 로마협정에 규정된 반인도적 범죄에는 △살인 △말살 △노예화 △강제이주 △심각한 신체의 자유의 박탈 △강간, 성노예화, 강제된 매춘 및 임신, 단종 등이 있다. 물론 로마협정에서도 이들 반인도적 범죄에는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강제동원이나 민간인학살 사건은 모두 진상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피해자들이 책임자 처벌이나 피해배상 등의 요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강제동원 피해는 한?일월드컵 등 일본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진다는 이유로, 민간인학살 문제는 정부나 미국이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길 원치 않기에, 정부는 50년이 넘게 이들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었던 것이
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는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등에 관한 법률안'과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 진상규명등에 관한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두 법안 모두 진상규명을 위해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신설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 및 위령사업을 규정하고 있다. 비록 책임자 처벌까지 요구하지 않아 공소시효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반인도적 국가범죄의 실상을 낱낱이 밝히는 출발이 될 수 있을지 향후 법안의
국회통과 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