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삼성노동자 또 자살, 이유는?

구조조정에 따른 정신적 압박 못 이겨


삼성그룹의 강압적인 구조조정이 한 명의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지난 25일 울산의 한 야산에서 올해 나이 45세인 우진전자(삼성SDI 사내기업) 대표 박모 씨가 음독 자살한 채 발견됐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삼성SDI 부산공장의 VFD 사업부 과장으로 근무하다가, 올해 1월 1일자로 우진전자 대표를 맡은 후 자금압박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이모 씨의 증언에 따르면, 박씨는 자기 부서를 사내기업으로 전화하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으나, 회사의 구조조정 방침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우진전자를 떠맡았다고 한다.

이는 '아웃소싱'(outsourcing, 외부조달)이라 불리우는 대표적인 구조조정 방식이다. 원래 아웃소싱은 "경쟁력이 없는 특정업무나 기능을 외부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것. 그러나 IMF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은 아웃소싱을 남용해,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만든 후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악용해 왔다.

이와 관련 삼성SDI 해고자 원직복직 투쟁위원회(위원장 송수근) 김학권 씨는 "대표 한 사람만 확실히 관리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신경을 안 써도 된다"며, "회사측 입장에선 인사관리가 편해진다"고 또 다른 악용가능성을 지적했다.

IMF 당시 7천8백 명 정도였던 삼성SDI의 정규직 노동자는 현재 약 3천5백 명으로 줄었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5천5백명 정도에 이르며, 우진전자 같은 사내기업만도 4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삼성SDI가 단행했던 구조조정의 결과이며, 이러한 구조조정은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가 겪는 고통은 심각했다. 김학권 씨는 "박씨가 자금관계로 고민하면서 '자기 하나만 죽으면 만사가 해결되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했다"고 부인 이씨의 말을 대신 전했다. 박씨는 자살하기 며칠 전부터 부인 이씨에게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고, 23일에는 "내가 없어도 혼자 살 수 있겠느냐"며 괴로워했다고 한다.

그러나 삼성SDI 측은 박씨의 자살을 부부싸움 끝에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으로 왜곡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인 이씨는 "절대 그런 일 없다"며 "회사에서 퍼뜨린 유언비어"라고 잘라 말했다. 김학권 씨도 "회사에서 나온 사람들이 장례식장 주변에 있으면서 (내가) 유족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방해했다"며, "삼성SDI가 떳떳하다면 왜 그런 짓을 하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 21일에는 삼성SDI 천안공장에서 과장으로 근무했던 이모 씨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4일 후, 삼성전자 서비스에서 2000년에 희망퇴직 당했던 김모 씨도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 이들은 모두 회사를 계속 다니지 못한 자신의 무능함을 비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씨는 투신자살 전 3개월간 정신병원에서 입원치료까지 받았다.

삼성노동자들의 잇따른 자살사건은 구조조정이 몰고가는 노동자들의 비참한 최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