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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법원, "양심과 병역의무 공존 필요"

병역법 위헌제청…병역거부권 논란 새 국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병역법에 대해 법원이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이에 따라 '병역거부권'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불가피해졌으며, 이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형사1단독 박시환 부장판사는 병역법 제88조(입영기피죄)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여호와의증인' 이경수 씨 사건과 관련, 이 씨의 변호인이 신청한 위헌심판제청신청을 받아들여 선고를 유보하고 이 씨를 보석으로 석방했다.

박 판사는 위헌심판제청 결정문에서, '병역의무'와 '양심·사상·종교의 자유'가 "상호 본질적 내용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병존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이어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양심적·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아무런 예외적 조치를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병역의 의무만을 완전히 이행시키는 대신 사상과 양심의 자유 및 종교의 자유는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고 판단했다. 박 판사는 또 미국과 브라질, 러시아 등 외국의 사례와 유엔 인권위원회 결의를 인용하며, "(양심적 병역거부권에 대해) 헌법적으로 재검토해 보아야 할 단계에 왔다"고 밝혔다.

우리 법원에서 최초로 병역거부권이 헌법상의 기본권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결정이 나옴에 따라, '병역거부권 인정' 운동을 벌여온 사회운동 진영의 움직임도 한결 활기를 띄게 됐다.

이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준)'은 즉각 성명을 발표해, 이번 결정에 대해 "병역거부자들에게 자신들의 양심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대체복무 등의 제도를 통해 이를 보장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인 권리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환영했다.

현재까지 26개 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연대회의(준)'은 오는 2월 4일 발족식을 갖고,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 개선'을 촉구하는 1천인 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