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특별 기획>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②

대체복무제도 도입, 못할 이유가 없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114개국 중 징병제가 없거나 혹은 있더라도 강제력이 없는 84개국을 제외하고, 징병제 하에서 대체복부를 인정하는 국가는 30개국이다. 이처럼 징병제가 있는 국가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보장하는 방식은 크게, 비전투복무 방식과 비군사적 분야에서 군복무를 이행하는 대체복무제도가 있다. 국내에서 종교·평화적 양심에 의한 병역거부자들은 군사적 성격의 비전투복무 방식까지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대체복무제가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대체복무제 반대 논리의 허구성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를 반대하는 가장 주요한 근거는 남북 대치의 안보상황과 '병역'과의 형평성이다. 하지만 대만이나 독일의 사례에서 볼 때 이러한 '안보'는 이유가 안 된다. 독일은 동·서독 대치중인 1961년에, 대만 역시 중국과 대립의 날을 세우고 있던 2000년에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했다. '중동의 화약고'라 불리는 이스라엘도 부분적으로나마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있는 상황.

병무청은 병력수급의 문제를 제기하며 대체복무제에 반대하고 있지만, 현대전과 안보의 개념에서 병력수가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군사 전문가들도 인정하고 있다. 더욱이 국방부는 이미 30여 년 전부터 대체복무제도를 운영해왔다. 공익근무요원, 산업기능요원, 전·의경 등 매년 군입영 대상자인 40만 명의 절반 가량이 대체복무를 하고 있다. 또 병역과의 형평성 문제는 징벌적 성격의 대체복무제 도입을 통한 하향평준화보다는 군 인권 향상과 처우 개선을 통한 상향평준화로 해결돼야 한다.


양심에 대한 심사의 어려움

한편, 양심의 진정성에 대한 판단의 어려움을 문제삼아 대체복무제도를 반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만의 경우 내정부, 국방부, 학계, 종교단체 대표 등이 참여하는 중앙대체복무심사위원회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친 후 최종 선발하면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대만에서는 2000년 5월부터 2003년 5월까지 대체복무를 신청한 사람 44,897명 중 실제 대체복무를 한 사람은 19,870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독일의 경우에는 '진정한 의미'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를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양심적이냐 아니냐'라는 양심의 진정성에 관한 내용적 기준이 존재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1984년 이래로 신청자의 90%가 병역거부자로 인정되었고 나머지 8% 역시 심사숙고한 뒤 병역거부자로 인정되었다고 알려졌다.


대체복무제 도입 다방면으로 긍정적

대체복무제 도입은 여러 면에서 부작용보다 긍정적인 변화를 일구어 낼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보고서(「한국내 양심적 병역거부의 인정여부에 관한 이론적·실증적 연구」, 2002)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사회복지의 확대 △군대 내의 인권신장 등 군의 사회적 지위 향상 △남북관계와 한반도의 평화문화 형성을 제시했다. 많은 인력이 대체복무를 통해 사회복지분야로 투입되면서 사회복지서비스가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대체복무를 통해서 사회복지서비스가 비약적으로 확대되어, 이것이 징병제를 폐지하는데 장애로 작용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선택적인 두 가지 역종이 경쟁하기 때문에 군대 문제도 개선되고, 기존의 '냉전적 안보관'에서 벗어나 외교, 민주주의의 성숙도 등을 포괄하는 발전된 안보관을 가짐으로써 평화문화 형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는 유엔인권위원회 결의안을 존중하고, 각 사례 등을 참고하여 <병역법 개정>안과 <대체복무법(대체복무요원판정절차법)>안을 마련했다. 그 두 안은 △병역거부자의 범위 △대체복무위원회 설치와 심의 △대체복무훈련소 설치 △대체복무기간 △병역거부자에 대한 차별 철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대체복무제 도입을 통해 인권국가로 한 단계 발돋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