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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서울대, 구두약속 무시 31명 해고

시설관리노조, 무기한 천막농성 돌입


서울대학교(총장 이기준)가 2000년말 서울대 시설관리노조(위원장 윤홍림, 아래 시설노조)와 구두로 약속한 정년 합의사항을 무시하고 지난 1일자로 시설관리 노동자 31명을 무더기 해고했다. 이에 시설노조 조합원들은 8일 대학본부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96년까지 기능직 공무원의 신분이었으나, 학교 측은 경비절감을 명목으로 용역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시설관리 노동자 3백40여 명 전원이 청원주식회사 등 5∼6개의 용역회사에 나뉘어 소속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은 매년 대학본부와 용역회사 간에 체결하는 계약서인 '시방서'에 의해 고용되어 왔다.

문제는 2002년 시방서에 "(시설관리 노동자의) 연령은 계약개시일 기준 만 65세 이하의 신체건강한 자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되면서 시작됐다. 현재 이 조건에서 벗어난 노동자는 모두 31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10%에 육박한다. 따라서 이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빼앗긴 셈이다.

사실 2000년까지는 시방서에 시설관리 노동자에 대한 연령제한 조건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2000년 봄 시설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43일간의 파업을 벌인 이후부터 학교 측으로부터 연령제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시설노조 윤홍림 위원장 등과 대학본부 황지현 시설관리국장 등 노사 5명이 만나 그 해 10월경 '2001년부터는 만63세 이하의 노동자와 신규계약하고, 기존 노동자 중 여기에 해당하는 노동자는 2∼3년간의 유예기간을 둔다'는 구두합의를 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2001년 시방서에는 "2000년도 계약에 의거 현재 근무중인 자 외에 새로 채용하는 노동자의 연령은 계약만료일 기준 만63세 이하의 신체 건강한 자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2002년 시방서에는 '2000년도 계약에 의거 현재 근무중인 자'라는 예외조항이 아예 빠져버렸고, 연령제한도 65세로 자의적으로 설정되어 있다.

윤 위원장은 "현재 시설관리국장은 당시 구두약속을 한 바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며, "이는 노조를 말살하려는 대학본부의 정책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한편,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조수형 연대사업국장은 "대학본부가 연령제한 지침을 용역회사에 전달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연령제한 조건은 용역회사와 노동자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대학본부는 상관없다"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총학생회는 이번 사건을 대학본부의 노조탄압이라고 규정하고 강력하게 연대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