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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인권의 날을 맞아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고 선포한 세계인권선언이 만들어진지 53년이 되었다. 인류는 세계인권선언이 제정된 12월 10일을 ‘인권의 날’이라 부르며 그 의미를 함께 되새긴다. 세계인권선언의 구절 구절을 되새김질하며 우리 사회를 돌아본다.

“세계의 자유, 정의 및 평화의 기초”는 아프간 파병안을 통과시킨 국회와 무슨 상관이며,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열망하는 국민에게 테러방지법안을 내미는 국정원의 속셈은 무엇이며, 월 26만원의 생계급여를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라고 주장하는 국가의 근거는 무엇이며, “간섭 없이 의견을 가질 자유와 국경에 관계없이 어떠한 매체를 통해서도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얻으며 전달하는 자유”와 인터넷 내용등급제를 실시하는 정보통신부의 모순은 무엇이며, “차별이 있어서는 아니된다”와 버스 타기를 열망하는 장애인이동권연대의 주장 사이에는 어떤 문턱이 있으며, “모든 사람은 의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와 사람의 내심을 따져 묻는 국가보안법의 배짱은 어찌 같이 존재하며,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를 가진다”와 레미콘 노동자를 비롯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는 왜 그리 다른지를 따져 물을 수밖에 없는 인권의 날이다.

인권의 날은 번지르르한 기념식과 훈장으로 장식되는 날과는 다른 의미로 봐야 할 날이다. 이 날은 각 정부가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보편적 존중과 준수를 증진할 것을 스스로 서약”하였음을 재확인하는 날이어야 한다.

우리는 현 정부가 ‘인권’을 정치적 선전물로 사용했음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선전물로서의 가치도 다했는지 이젠 인권의 구호조차 용도 폐기된 느낌이 들고 있다. “인권에 대한 무시와 경멸”이 우리의 “양심을 격분시키는 만행을 초래”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고 반성하는 날이 되길 바란다. “국민의 정부 100대 과제”로 “인권이 존중되는 법치사회 건설”을 내걸었던 때를 기억하라. 세계인권선언 53주년을 수많은 인권사회단체들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아스팔트 위에서 맞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