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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획> "인권을 찾자! 교칙을 찾자!" 캠페인②

학생회칙; 학생회는 껍데기


"학교에서 학생이 주인이라고 하면서 휴지줍기, 청소하기 매일 시키거든요. 그런데 학교 회칙을 바꾸는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는 학생이 참관도 할 수 없어요. 학생은 휴지 주울 때만 학교의 주인인가요?"

어느 토론회에 참가한 한 고등학생이 한 얘기다. 학교에서 학생들은 자신과 관련 있는 일들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학생대표는 소수학생의 특권?

지난해 11월 서울 ㅅ고 윤OO(18)군은 학생대표 선거에 부회장으로 출마하기 위해 등록서류를 받으러 담당 선생님을 찾아갔다. 하지만 윤 군은 기독교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예 서류조차 받지 못해 출마를 포기해야 했다. 학생회 회칙 중 '학생대표 출마조건' 에 '학생회 간부는 기독교인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던 것이다. 이외에도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회 회칙에는 '픔행단정', '성적우수', '교사추천', '유급 및 징계 시 출마제한' 등의 규정이 있다.

윤 군은 이러한 규정에 대해 "공부를 잘하는 것과 지도력은 다른 문제인데, 성적우수 규정을 두는 것은 선생님들의 선입견"이라고 지적했다. 또 출마조건으로 인해 "학생들의 참여의 기회를 가로막을 수 있다"며 "출마조건이 굳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생회는 학교당국의 자치기구?

'학생회'는 말 그대로 '학생들의 모임'이다. 학생들이 주체이며, 학생들의 이해와 요구를 수렴하여 학생들이 나서서 일을 할 수 있는 기구를 우리는 학생회라 할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회에 권한이 부여된 학교는 6곳에 불과하며, 147곳이 학교당국에 권한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당국은 '학생지도위원회'라는 기구를 두고 △(총)대의원대회 안건 사전 승인, △학생회 회칙 제·개정, △예산, 결산, 감사, △학생회 임원인준 및 불신임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또 규정상 '모든 학생회 활동에 대한 사전 및 사후 지도'를 받아야 하는데 지도의 방식인 '승인' 또는 '재가'를 거쳐야 한다.

결국 학교의 권한은 학생회의 자치권을 고려 또는 존중하지 않는 과도함을 띠고 있고 이는 학생회에 대한 '장악', '통제'의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나이도 어린데 무슨 권리?

지난 8월 박형준(조선대학교 부속고등학교 2)군은 '학생인권과 교육개혁을 위한 광주중고등학생연합'(아래 광주학생연합)의 공식 출범을 주도하고 '학생들의 학교운영위 참여'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인 이유로 학교로부터 '자퇴' 또는 '전학'을 요구받았다.

'정당 또는 정치적 목적의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을 할 수 없으며, 학교장의 행정 사항에 간여할 수 없다'는 교칙을 박 군이 위배한 것.

광주학생연합 공동대표인 이OO(ㅅ중학교 3년)양은 "어느 누구나 집회의 자유가 있는데 이를 불법행위로 보고 그런 요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정치활동금지'나 '학교장의 행정사업에 간여 불가'라는 규정이 있는 한 학생은 자신들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표현, 사상, 양심, 종교, 집회, 결사, 정보의 자유' 등의 시민·정치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