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오름 > 내 말 좀 들어봐

[내 말 좀 들어봐] “일어나! 우리가 바꿔야 해!”

‘학교 성역’ 허무는 위풍당당 청소년들

5.14 청소년인권행동의날 행사에서 열린 '인권 입학식' 퍼포먼스 사진이에요.

▲ 5.14 청소년인권행동의날 행사에서 열린 '인권 입학식' 퍼포먼스 사진이에요.



지난 5월 14일 광화문에서는 ‘두발자유 바로, 지금!’, ‘청소년 인권 보장’을 외치는 청소년들의 집회가 있었어요. 즉석 자유발언대를 열었더니 여러 청소년들이 불끈불끈 마음에 품은 이야기들을 쏟아냈습니다.


# 친구들과 깜짝 두발자유 거리캠페인을 하고 광화문을 찾아온 <자전거 폭주(?) 연합>의 한 남중학생

“우리 학교는 옛날부터 두발규제가 있는데, 오죽하면 학교 안에 이발소가 있습니다. 머리가 걸리면 지도부장 선생님과 정답게 손을 맞잡고 이발소 가서 머리를 밀거든요. 우리 머리 다 밀렸어요. 저는 머리 때문에 전학까지 갔다가 돌아와 가지고 바리깡으로 머리를 밀렸습니다. 그래도 ○○중학교에 있는 이유는 친구들 때문에 있는 건데요. 선생님들은 학교가 싫으면 학생이 떠나라, 이딴 헛소리를 지껄이는데요,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선생님들 마음만 바뀌면 학생들 백 명, 천 명 편해지는걸, 선생님들 삼십 명, 사십 명 때문에 학생들 백 명, 천 명이 계속 인권침해를 받아야 되겠습니까? 저 이제 이거 (방송에) 나가면 학교 잘리고 지도부장 선생님한테 맞을지도 몰라요. 전학 갔다 돌아오는 바람에 양아치 소리 듣고, 블랙리스트에 있어요. 도와주세요. 이번에 두발자유 안되면 맞아 죽습니다. 두발자유 파이팅!”


# 할 말은 하는 위풍당당 여고생

“두발자유 해달라고 하면 소위 윗분들이 여러 말씀 하시죠. ‘우리 학교 두발자유 하면 근처 있는 날라리들이 다 우리 학교 와서 수준이 떨어진다.’ 다른 학교가 안 하고 우리학교만 하기 때문에 모인다는 건데, 다 같이 하면 애초에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 ‘학생답다’의 기준이 뭡니까? 한 분만 설명을 좀 해주세요. 그리고 선생님들 중에서도 어떤 분들은 학생시절에 규율을 따르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하시는데, 학생은 인간입니다. 나라에서 원하는, 사회에서 원하는 쪽에 길들여져 가는 기계라든지 꼭두각시 인형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가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윗사람들의 말에 순응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겁니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어른들은 학교에 머리 염색하고 멋 내러 오냐, 그래서 공부는 하겠냐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두발자유는 단지 우리들의 인권을 존중해 달라는 표시이고, 우리들도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이지, 학교에 미용실 차리겠다, 이런 거 아닙니다. 저 매직이나 파마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두발자유 돼도 할 마음 없습니다. 그런데 왜 두발자유 얘기만 나오면 모든 사람들이 염색하고, 왁스로 머리 세우고 다닐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 우리도 이제 일어서야 합니다. 학생회 허수아비 된지 오래입니다. 공부 잘하는 애들이 대학갈 때 점수 1점 더 따려고 들어가는 곳에 불과합니다. 이제는 우리가 바꿔나가야 할 때입니다. 지금 우리가 바꾸지 않으면,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의 동생, 우리의 자식도 이렇게 살지 모릅니다. 여러분, 모두 일어서 주십시오.”


# ‘귀차니즘’의 압박을 이겨내고 집회에 온 남고생

“4월, 5월이 중간고사가 끝나고 학교폭력이 많이 일어난다고 두발규제가 심한데…. 두발단속을 하면서 비인권적인 행위들, 바리깡으로 머리를 민다든지, 라이터로 머리를 태운다든지, 발로 차고 각종 욕설을 하는 걸 보면, 저게 과연 ‘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선생님인지 가치관의 혼란이 올 때가 많습니다. 머리가 기르고 싶어서 우리는 이 집회를 하는 게 아니고, 머리를 기르고 싶은 사람은 기르고, 짧게 하고 싶은 사람은 짧게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집회를 하는 것입니다. 학생도 힘이 있고, 학생도 권력 앞에 대항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 인권침해 중단을 요구하며 학교 앞 1인시위에 나섰던 동성고 오병헌 학생

“강제 0교시, 비상식적인 두발단속, 체벌과 폭언, 읽을 수 있는 책 제한, 학생회 성적 제한, 말할 수 있는 권리 제한, 집회․결사의 자유 제한, 이게 지금 한국 고등학교의 현실입니다.
처음에 저는 이 문제들에 대해서 싸웠습니다. 하지만 학교는 저에게 많은 탄압을 가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열하게도 조용히 있는 편을 택했습니다. 조용히 있을 땐, 아무도 괴롭히지 않았습니다. 선생님들도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 양심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결국 저는 제 양심의 부름에 응하기 위해서 거리로 나왔습니다.
학교에서 당연히 난리 났습니다. 교장, 학생부장, 학년주임이 부르고 담임선생님이 부르고 하루 종일 수업 못 듣고 왔다 갔다 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지금 0교시를 폐지했습니다. 담임선생님은 사퇴한 상태입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한 걸음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목적이 전부 달성될 때까지 계속 싸워야 합니다. 저는 이게 몇 가지 이루어졌다고 해서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서 저는 선언합니다. 학교의 모든 부조리가 없어질 때까지 저는 제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싸우겠습니다. 여기 모이신 여러분들도 학교의 부조리에 끝까지 싸웁시다. 우리가 나가서 싸울 때 우리의 요구조건은 하나도 빠짐없이 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사람의 힘이 이 정도를 바꿨다면 여기 모인 사람들의 힘은 전국의 학교를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 2년 전 학내 종교자유를 요구하며 단식까지 했던 강의석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져야하는 기본적인 권리를 종교재단사립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누리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가깝다고 해서, 또는 그 학교의 입시 성적이 좋다고 해서 그 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입학했다는 이유만으로 매주 한 시간씩 종교 수업을 들어야 합니다. 그 종교를 믿지 않는다면, 다른 종교를 가지도 있다면 그 학생은 학생회장도, 학생회 부회장도, 학급회장, 부회장도 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항상 양보나 타협, 합의, 중용 등에 대해서 높은 가치를 부여합니다. 인권은 타협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권은 합의의 대상이 아닌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자유를 우리의 인권을 지금껏 누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고, 우리는 바꿀 것입니다. 기억하십시오. 우리는 인간입니다.”


[끄덕끄덕 맞장구]

우와~ 또래 친구들이 집회에 나와 당당하게 얘기하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요일에 나오는 게 무척이나 귀찮았을 텐데, 선생님들도 감시하러 저렇게 많이 와 있는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기 입장을 얘기할 수 있다는 게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잖아요. ‘저 친구들이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면 지금 어른들이 하지 말았으면 하고 우리가 요구하고 있는 일들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 같아.’ 이런 생각도 가져봅니다.

저도 그렇지만, 청소년들이 잠자코 어른들의 말을 따른다고 해서 어른들의 말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는 청소년들도 자기의 권리를 깨달았고, 권리를 찾아 거리로 나와 어른들의 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단순히 자기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서만 두발자유를 외치는 게 아닙니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신체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두발자유를 원하는 것입니다. 두발자유뿐만 아니라 종교의 자유를 원하고, 체벌금지를 원하고, 청소년이라고, 실업계라고 차별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입시를 위한 공부기계가 아닌, 인간으로 대접받기를 바랍니다.

그럼 어른들의 답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른들은 청소년과 대화하고, 인권을 찾아갈 수 있게 도와주고, 더 이상 청소년을 공부하는 기계로만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이날 집회에서는 학교 안 문제만 주로 얘기되었습니다. 다음에는 학생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저처럼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의 인권에 대해서도 폭넓게 생각하고 외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보았습니다.

지금 우리 청소년들이 어른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을 우리들의 동생이, 우리들의 자녀가 또 다시 요구하게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 청소년들은 사회의 당당한 한 사람으로 대우받는 세상이 올 때까지, 우리들의 인권을 찾기 위해 계속 활동할 것입니다. / 이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