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집시법에 막힌 ‘장애인이동권’

경찰, 이동권요구 노숙농성 ‘집시법 위반’ 해산


장애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가 집시법에 가리워져 묻혀지고 있다. 지난 23일에 이어 26일에도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해 1호선 시청역 1번출구에서 노숙농성을 벌이던 ‘장애인이동권쟁취를 위한 연대회의’ 농성단을 거듭 해산했기 때문이다.

남대문경찰서는 26일 오후 3시경, 서울 시청역 1번 출구 앞에서 농성 중이던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공동대표 박경석 등) 소속 활동가 40여명을 경찰 3백여 명을 동원해 연행하고 농성물품을 모두 압수했다. 연행된 박경석 공동대표, 노들장애인야학 학생, 전국에바다대학생연대회의 소속 학생들은 집시법 위반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행자 가운덴 장애인이 8명이며, 이 중엔 시각장애인도 1명 포함돼있다. 경찰은 노량진․동대문․성북경찰서 등으로 분산 유치했다가 27일 새벽 1시15분 현재 동대문경찰서에서 노들야학 교사 등 10명, 성북경찰서에서 9명, 남대문경찰서에서 박경석 공동대표 등 10명이 풀려났다. 성북경찰서에서도 곧 풀려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이동권연대는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장애인편의증진법’ 개정․강화 △정부․장애인단체 간 협의체 ‘장애인이동권정책위원회’(가칭) 설치를 요구하며 줄곧 농성을 해왔지만 경찰이 천막을 못 치게 해 지금껏 노숙을 해왔다. 이에 장애인이동권연대는 비와 이슬을 맞아가면서 바닥에 깐 돗자리 하나에만 의지하며 농성과 대시민 홍보활동․서명운동을 전개해왔다.

농성 첫날인 23일엔 경찰이 천막 설치를 막는 도중에 천막이 부서지고, 이를 막으려던 에바다대학생연대 소속 배원영(건양대학교 2년) 씨가 정신을 잃고 인근 강북성심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경찰은 “일몰이후의 집회는 금지돼 있다”며 경찰력을 동원해 농성을 진압, 26일까지 천막 3개를 파손시켰다.


장애인 목소리에 귀 기울였나?

26일 연행현장을 목격한 노들장애인야학 김기룡 교사는 “이동권 연대는 단지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를 확보해 장애인도 당당한 ‘사회의 일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한달에 고작 다섯 번 정도 외출, 사실상 감옥에서 사는 장애인의 목소리에 이 사회에서 귀 기울이지 않았다”며 현행 집시법을 위반하며 노숙농성을 하게된 배경을 설명했다. 김 교사는 또 “신체적 장애로 인해 사회적 장애까지 당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동권’을 확보하는 것은 장애인이 제대로 서기 위한 기초 중의 기초”라며, “이런 절박한 요구에 방패와 군화발로 짓밟고 연행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일”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장애인이동권연대는 지난 6월 16일부터 지하철의 모든 역사에 승강기를 설치하고 장애인이 대중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할 것을 요구하며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백만인 서명운동’을 펼쳐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