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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공동성명]인권운동가 김도현 씨를 석방하고,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라

다산인권센터, 동성애자인권연대,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불교인권위원회, 성동건강복지센터, 안산노동인권센터, 울산인권운동연대,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전북 평화와 인권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평화인권연대, 한국동성애자연합(총 16개 인권단체)


<성명서>

인권운동가 김도현 씨를 석방하고, 장애인이동권을 보장하라


1. 지난 5월 28일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장애인이동권연대)'의 광화문역 선로 점거시위와 관련해 검찰은 8월 20일 김도현 씨(현 인권운동연구소 객원연구원)를 철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김 씨는 영장실질심사를 신청해 "장애인 이동권의 현실과 그 절박함을 사회적으로 알리려고 했던 것"임을 강조하며 불구속 재판을 요구했지만, 법원 역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장애인 이동권 문제의 절박성을 외면한, 무리한 조처였다는 점에서 이번 검찰과 법원의 구속 결정을 규탄하며, 김도현 씨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한다.

2. 지난 5월 28일의 광화문 선로 점거 시위는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 대한 정부 관계 기관의 무관심과 무책임에 대한 장애인들의 저항의 표현이었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촉발시켰던 지난 2001년 오이도역에서의 장애인 추락사망사고 이후에도 지하철 역에서의 장애인들의 죽음과 사고는 줄을 이었다. 장애인이동권연대를 비롯한 많은 장애인 단체들이 장애인 추락 참사에 대한 관계당국의 성의 있는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장애인들이 집밖을 나오기 위해서 죽음을 무릅써야 하는 현실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

올해 5월 14일, 송내역에서의 장영섭 씨(시각장애 1급, 58세)의 추락 사망 사건 이후에도 관계 당국의 책임회피는 계속되었다. 이것이 바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으로 하여금 선로 점거를 결심하게 하게 한, 비장애인인 김도현 씨에게 자신을 선로에 내려달라고 도움을 요청하게 만든 우리 사회의 비참한 현실이다.

3. 김도현 씨는 이러한 장애인들의 정당한 투쟁에 도움을 주었다는 이유로 구속되고야 말았다. 검찰과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김 씨에게 "시위를 하는 데 왜 장애인들을 대동하고 나왔냐", "장애인들을 이용해 장애인 문제와 관련 없는 다른 주장을 펼치려고 한 것은 아니냐?"라는 질문을 하는 등 목숨까지 내걸고 투쟁하는 장애인들이 마치 비장애인의 조종을 받아 움직이는 양 대상화시키고, 장애인 이동권 운동을 시혜와 동정 차원으로 폄하했다. 그리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김도현 씨를 구속함으로써,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정당한 목소리를 입막고자 하였다. 더욱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선로를 점거했는데도 비장애인인 김도현 씨만을 구속한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시키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현재의 장애인 이동권 운동을 약화시키고자 하는 비열한 작태가 아니고 무엇인가.

4.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장애인의 이동을 봉쇄할 뿐 아니라 생존과 안전까지 위협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바꿔내기 위한 중요한 인권 옹호 투쟁이다. 법이, 정부가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현실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은 직접 거리로, 선로로 뛰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가 장애인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 주기는커녕, 도리어 현행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김도현 씨를 구속하고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탄압하는 현실은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5. 우리 인권단체들은 구속 중인 김도현 씨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한다. 나아가 관계당국의 관리 소홀 및 시설 미비 등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장애인들이 다치고 죽을 수 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와 책임있는 대책을 내놓을 것을 관계 당국에 요구한다.


2003년 8월 25일

다산인권센터, 동성애자인권연대,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불교인권위원회, 성동건강복지센터, 안산노동인권센터, 울산인권운동연대,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전북 평
화와 인권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평화인권연대, 한국동성애자연합(총 16개 인권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