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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사회보호법은 위헌이다


헌법재판소는 사회보호법 상 보호감호제도가 헌법에 합치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인권의 수호자'라는 따위 헛된 꿈을 버린 지가 오래인지라 우리는 이제 인권의 근간을 부정하는 헌재의 웬만한 결정에 놀라지 않는다. 그저 소외계층을 향한 헌재의 벌거벗은 적개심이 한심할 뿐이다.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상습 형사범에게 보안처분을 과하여 구금시설에 최고 7년 동안 더 격리하겠다는 게 보호감호제도의 취지다. 그러나 우리는 이 제도가 근본적으로 인권의 원칙에서 벗어난다고 확신한다.

우선 사회보호법의 입법동기가 순수하지 않았다. 이 땅을 피로 물들인 정두환 정권이 이른바 '사회정화'를 내세워 자신의 권력 찬탈을 정당화시키려던 것이 삼청교육과 그 후속작업으로 취해진 사회보호법 제정이었다. 즉 하층계급인 전과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이 법을 통과시킨 국가보위입법회의도 전두환 뜻대로 춤추는 사이비 입법기관이었다.

아무리 상습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범죄자에 대하여 형벌을 과하면서 별도로 7년에 이르는 보호감호처분까지 병과하는 것은 근대형법이 금지하는 이중처벌에 해당된다. "형벌이 아닌 보안처분"이며 "교도소가 아닌 보호감호소"이기 때문에 이중처벌이 아니라는 헌재의 논리는 공허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누가 뭐래도 '청송'의 수인들은 분명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 그들이 교도소와 똑같은 시설에 구금되어 교도관의 관리하에 교도소 이상으로 가혹한 처우를 받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인 것이다.

'건전한 사회복귀와 교화'라는 사회보호법의 취지도 이 법 20년의 역사를 통해 결코 이루어지지 않았다. '청송'이 '교화'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광적인 인권침해의 온상이었음은 많은 출소자들이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는 바이며, 사실 '청송'에 수감된 많은 수인들은 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좀도둑질과 싸움질로 교도소를 들락거리면서 늙어가는 무력한 전과자들일 뿐이다. '범죄는 사회가 생산해내는 병리형상'이라는 진리를 외면한 채 근본대책을 세우지 않는 엄벌 일변도는 애당초에 전과자의 사회복귀를 실현할 수가 없는 것이다.

덧붙여 우리는 근본적으로 사회보호법의 본질이 결코 이 사회를, 따라서 우리 국민을 보호하는 데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해두고자 한다. 그것은 이 불평등하고 비틀린 사회에 태어나 언제든 '범죄자'의 낙인이 찍힐 가능성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대다수의 빈곤층 국민들을 위하(威 )하기 위한 장치이며, 기득권층의 '평화'를 보장하는 전형적인 치안법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인권의 원칙을 무시하는 이번 헌재의 결정이 단 한 사람의 반대의견도 없이 전원일치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충격적이다. 지금의 헌법재판소에 더 이상 어떠한 희망도 걸지 않겠다고 다시금 다짐해야 하는 우리의 심정은 이렇게도 참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