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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회사요구는 신속, 노조요구는 소홀

신속재판 요구에 '무례하다'며 퇴정명령


16일 2시 인천지방법원 103호 법정! 대우자동차노조(이하 노조)가 대우자동차회사(이하 대우)를 상대로 낸 '업무 및 출입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리가 시작됐다(재판장 권순일, 2001카합 545).

대우 해고노동자 925명은 이미 인천 지방노동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터라 중앙노동위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이들은 조합원이다. 그러나 대우자동차가 일방적으로 노조사무실을 폐쇄하고 노조활동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노조는 출입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심리가 시작되자마자 대우측은 노무담당 김현태 이사를 참고인으로 출석시켰다. 김 이사의 증언을 통해 대우측이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려 한 것은 △대우가 부평공장의 정상화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고 △노동자들이 회사의 노력에 협조하지 않고 불법파업과 과격한 투쟁을 해 왔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우측의 질문들은 노조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노조활동이 이루어진다면 일상적인 조합활동에서 벗어나 물리적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지요?", "분신이나 투신자살 등 통제불능 상황으로 치달을 위험성이 크지요?", "노조가 경찰들과 끊임없이 마찰을 일으켜 현실적으로 정상조업이 불가능하리라 예상되지요?" 등등.

노조를 대리한 박 훈 변호사는 이러한 추측성 질문들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노조가 과거 불법파업을 했더라도, 노조활동이 설사 과격해질 우려가 있더라도 노조사무실 출입을 막고 정당한 노조활동을 방해할 근거는 없다"며 대우측 참고인에 대한 반대심문조차 굳이 하지 않았다. 교육, 토론 등 노조의 일상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노조원들이 노조사무실에 출입하는 것이 옳은가 아닌가만 판단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후에 불법행위를 한다면 그때 판단해서 처벌하면 된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재판장에게 이 사건에 대한 결정기일이 언제인지에 대해서 물었다. 그러나 재판장은 뜻밖에 언성을 높였다. "지금 재판장한테 기일을 당장 말하라는 겁니까? 그게 재판장에게 할 말입니까?"라고. 노조가 법에 보장된 권리인 노조의 일상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이 결정 지연으로 막혀 있는데도 변호사가 관례를 벗어났다는 이유로 제동을 건 것이다. 재판장은 박 변호사가 매우 무례한 행동을 한 듯 호되게 야단치다 급기야 퇴정명령까지 내렸다.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5일 대우가 낸 '정리해고자 출입금지 및 조업방해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해서는 하룻만인 6일 받아들이는 신속한 용단을 내렸다. 반면 지난 7일 노조측이 낸 가처분신청은 9일 만에 열려 심리만 종결됐을 뿐이고 결정기일조차 언제 잡힐지 막막하다.

그 무엇에 의해서도 도전 받을 수 없다는 재판장의 권위 앞에서, 생존권을 박탈당한 노동자들은 또 다시 기약 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지난 해 전국사회보험노조에서 낸 '출입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은 심리가 종결된 후 42일만에 열린 적이 있다. 재판부가 결정하기 전까지 사회보험노조원들은 노조사무실에 출입하지 못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