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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 전투경찰대설치법 폐지가 우선이다

'전투경찰'(전경)의 명칭이 바뀐다고 한다. "'전경'이라는 용어에서 나오는 이미지로 인해 국민으로부터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이름의 애칭으로 바꾸려 한다는 것"이 경찰의 변(辯)이다. 그러나 늑대에게 양의 탈을 씌운다고 해서 그것이 '양'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박통'으로부터 '양(兩) 김통' 시대에 이르는 동안, '전경'은 각종 시위와 민중들의 투쟁을 최선두에서 짓밟아 온 '정권의 친위대'였다. 전경이 출동하는 곳에선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유린되고 폭력이 난무했다. 전경의 폭력성은 이한열(87년), 강경대(91년), 노수석(96년), 류재을(97년) 씨 등의 죽음을 통해 그 '절정'을 보여왔다. 또한 도심 한복판에 늘어선 전경들 사이를 지나며 일반 국민들이 느껴왔을 위축감과 피해의식은 얼마나 될지…. 현 정권 출범 이후 한동안 전경의 활동이 뜸한 시기도 있었지만,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올 여름 롯데호텔과 사회보험 노조의 파업현장에서 '화려하게'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런데 아직도 전경의 시위진압 업무('치안' 업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전경은 엄연히 '군인'의 신분이다. '군인'이 '비상계엄'이나 '대간첩작전'도 아닌 일상적인 치안 업무에 투입되는 것은 헌법상 근거가 없는 위헌적 행위인 것이다. 95년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4명은 "(전경에 대한) 시위진압명령은 헌법상 아무런 근거가 없는 또 다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며, (전경의) 일반적인 행동자유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견해를 제출한 바 있다.

단지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자 입대한 젊은이들이 자신의 친구와 부모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기막힌 상황을 언제까지 두고만 볼 것인가? 우리는 시위대와 마주선 채 눈물 흘리는 전경의 모습을 더 이상 보고싶지 않다. '전경'들이 있어야 할 곳은 파업이나 시위현장이 아닌 '국방'의 현장이다. 당국은 단순히 '전투경찰'의 이름만을 바꾸겠다는 발상을 버리고, 그들을 '군인'의 자리로 되돌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순서일 것이다. 이를 위해 현행 '전투경찰대설치법'은 폐지되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