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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아이 지울래 위약금 물래"

인권의 사각지대, 여성 이주 노동자


지난 5일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외국인여성노동자상담소(회장 김윤옥, 상담소)는 연예인비자(E-6비자)로 취업한 필리핀 여성노동자가 임신으로 더 이상 일을 하기 어렵게 되자 중절수술을 강요하며 폭언과 협박을 일삼은 유니버셜 프로모션 고재헌 사장을 동대문경찰서에 고소했다.

문제의 당사자인 필리핀인 신디(27, 가명) 씨는 현재 임신 7개월이며, 병원진단서에 따르면 혈액 적혈구 수치가 정상인의 절반도 되지 않아 아이와 산모 모두 위험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담소 고동실 간사에 따르면, 신디 씨는 98년 필리핀에서 만난 한국인 남성과 현지 결혼한 뒤 E-6비자로 입국해 유흥업소 가수로 일해오던 중 임신 사실을 알게 돼 일을 그만 두고 아이를 낳으려 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계약 위약금 2백만 원을 물든가 아니면 아이를 지우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회사측은 말을 듣지 않을 경우 강제출국 시키겠다는 협박을 서슴치 않았으며, 이에 신디 씨의 남편이 올해 8월 출입국사무소에 찾아가 혼인에 따른 비자변경 신고를 하였으나, 외국인등록증이 없다는 이유로 접수되지 않았다.

결국 상담소를 찾은 고소인의 의뢰로 고 간사 등이 유니버셜측을 방문해 계약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하였으나 고사장은 2백만 원을 내놓으라는 요구만을 반복하다 급기야 위임자에게까지 폭언을 퍼부었고, 상담소측이 고소장을 접수한 당일 오전 고사장과 몇몇 직원들은 국외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동실 간사는 이런 일이 "E-6 비자 소지자에게는 지극히 일반적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주노동을 전담하는 에이전시에서부터 시작된다. E-6비자 취업을 전담하는 에이전시는 입국과 동시에 이주노동자의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을 압수해 버린다. 경찰도 "95% 정도가 그렇다.(이는) 불법이다"고 인정하면서도 관행이라며 팔짱만 끼고 있는 형편이다.

E-6비자 취업자는 6개월을 단위로 계약을 하게 되어 있고 1회에 한해 연장이 가능하다. 신디 씨의 경우 99년 11월로 계약이 만료되어 회사측이 노동을 강요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었음에도 신디 씨의 동의도 얻지 않고 계약 기간을 연장해 부당 노동을 강요했다.

또한 한국말을 못하는 약점을 이용해 과도한 위약금과 소개비를 책정하고 당사자 서명도 없는 계약서를 작성해 문제가 생기면 협박의 근거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신디 씨의 경우 위약금은 2천 달러였고 올해 7월 M호텔에서 받은 임금 110만 원중 45만원을 소개비로 뜯겼으며, 계약서는 본 적도 없다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에이전시 등록 신고를 받는 문화관광부는 감독권이 없다며 발을 빼고, 출입국 관리소는 외국인등록증을 찾아줄 생각을 하기보다는 회사측과 합의할 것만을 종용했다.

'부산 외국인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의 정귀순 대표는 "관리, 감독, 보호 조처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E-6 비자 발급은 대책 없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 대책 논의 과정에서도 E-6 여성 이주노동자 문제는 거론되지도 않는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상담소는 신디 씨의 고소건과 아울러 유니버셜측의 부당노동행위 부분을 노동부에 제소할 방침이다.(상담문의 708-43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