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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정부는 무모한 '간섭'을 포기하라

시민공청회, 통신질서확립법 검열인가 자율규제인가


5일 오후 1시 '통신질서확립법'에 대한 시민공청회가 서울 YMCA 회관에서 열렸다. 그간 정보통신부가 일방 추진해온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개정안'(통신질서확립법)에 반대하는 28개 시민사회단체가 연 이날 공청회에서는 '자율규제'임을 주장하는 정부와 '검열'의 의도를 배제할 수 없다는 민간단체간의 입장 차이가 다시 한번 극명하게 드러났다.

'지식정보사회에서의 정부의 역할'에 대한 토론 발제에 나선 경희대 유진식 교수는 "통신질서확립법은 국가가 한 덩어리로 움직이던 시대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며, 국가가 개인의 모든 부분에 대해 간섭하고자하는 태도를 반영한 것"이라 잘라 말했다. 즉, ▲정보통신 기술 ▲사업자와 이용자 ▲정보통신의 내용 등 정보통신의 모든 것을 국가가 시시콜콜 간섭하겠다는 게 이 법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피스넷(PeaceNet)의 전응휘 사무처장은 "공청회를 거치면 그것으로 끝인가? 시민사회단체가 우려하는 사항에 대해 (정통부가)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면서 "정보통신부가 사이버공간의 특성을 거의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규제에 나섰다"고 질타했다. 또 전 사무처장은 "민간차원에서 성공적으로 해오던 일을 정부에서 가져가는 게 자율규제인가?"라고 반문하며 한국인터넷정보센터가 민간차원에서 순조롭게 해오던 인터넷 주소관리 업무를 정보통신부가 장악하려는 의도를 추궁했다.

토론자로 나선 한나라당 김영춘 의원은 "정보통신부가 사이버공간에 대해 규제적 접근을 해서는 안되며, 시민들의 법 감정이나 과거 정부의 권력 운용에 대한 국민들의 피해의식을 충분히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검열'의 의도는 없다?

이에 대해 정부측을 대표한 라봉하 정보통신부 정보이용과장은 "정부는 검열의 의도가 없으며, 다만 자율규제의 법적 테두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라 해명했다. 또한 지난 7월 20일에 있었던 정통부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여러 부분을 손질했으며, 특히 이용자 로그 보관 조항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라 과장은 지난달 26일 정보통신부 홈페이지 접속불능 사건을 겪으며 이 조항을 다시 삽입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제2부 '법률안과 인터넷 규제'에 대한 토론 기조 발제에 나선 방석호 홍익대교수는 1997년 미연방법원의 통신품위법 위헌판결을 검토하면서 "정부가 사업자에게 형사처벌 위협을 하면 사업자는 '두려움' 때문에 과도한 자체검열을 하게 된다"며 '정부의 조종이 가능한 사적검열의 두려움'이란 문제를 제기했다. 또 백욱인 서울산업대교수는 "정보통신부가 시도하는 인터넷 내용규제는 별 실효성이 없다"며 "이 법을 만들지 않으면 나라에 무슨 큰 일이 나는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청소년 유해정보 규제를 둘러싼 의견 차이도 컸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관계자는 "경제 규제는 풀고 개인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게 세계적 흐름"이라며 "학부모와 교사들은 유해정보규제에 적극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스넷 관계자는 "규제해야 한다는 것과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는 다른 문제"라고 반응했다.

여성단체연합 관계자는 여성단체들이 이 법안에 찬성하는 것처럼 언론 작업을 한 정통부의 행태에 유감을 표하고 "인터넷상 성폭력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여성단체까지 이 법안을 반대하는 이유는 국가가 사이버 공간을 검열해서는 안된다는 당연한 원칙 때문"이라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