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분쟁'으로 신음하는 말루쿠

평화는 멀리 있다, 국제사회 관심 절실


동티모르에 평화가 찾아온 지금 이와 멀지 않은 지역인 말루쿠 제도에서 또 다른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인도네시아 동부 말라카 해협에 있는 말루쿠 주(州)에서는 기독교도와 회교도의 충돌로 최근 18개월 동안 4천여 명이 사망하였다. 지난 6월 19일에는 단 한 마을에서만 1백여 명이 사망하였으며 수많은 난민이 발생, 6월 30일에는 492명의 기독교도를 태운 피난선이 풍랑으로 침몰하기도 했다. 이 지역의 분쟁은 단순한 종교분쟁이 아니라 수하르토의 독재정치 아래 감추어져 있던 역사적인 적대감정이 현재의 불안정한 인도네시아 정국과 맞물려 폭발한 것으로 기독교와 회교도룰 불문하고 현재 약 5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고 인권단체들은 보고 있다.

휴먼라이츠 워치는 난민들의 상태가 심각하다며 △난민보호 대책 수립, △인도적 지원을 위한 통로 확보, △폭력주도 책임자 처벌 등을 인도네시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또 '국경없는 의사회'도 난민들의 의료시설이 아주 부족하다며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인니 정부는 이미 사태를 해결할 능력을 잃어버렸다. 지난 6월 26일 인도네시아 와히드 대통령은 이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힌두교인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하였으나 사태를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다. 군이나 경찰도 폭력을 통제하기는커녕 각자의 종교에 따라 무기를 지원하고 교전에 참가하는 등 분쟁을 확대시키고 있다. '성전(聖戰)'을 외치며 외부에서 유입되는 회교도들도 사태를 점차 악화시키고 있다.

홍콩에 위치한 인권단체인 아시아 인권위원회는 최근 유엔에 평화사절단을 파견하여 양 세력의 협상을 추진하고 인권을 보호할 것을 촉구하고, 인도네시아 정부에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7월 24일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겠다는 아난 유엔사무총장의 제안을 와히드 대통령이 거절함으로써 말루쿠의 상황이 쉽게 호전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향료가 풍부한 말루쿠 제도는 약 5세기 전부터 유럽 세력이 밀려들면서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하게 기독교도가 주류를 이루는 곳이 됐다.(인도네시아 인구의 90%가 회교도, 이 지역은 회교도 54%, 기독교 44%) 그러나 1998년 독재자 수하르토가 몰락하고 아시아 금융위기까지 닥치면서 두 집단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었다. 종교 갈등 외에도 25년 전 화산 폭발로 생겨난 섬의 통치 문제, 호주가 운영하는 금광의 이익 배분문제 등의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다. 경제 위기 이후 늘어난 젊은 실업자들은 폭력 사태에 쉽게 말려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잔학 행위가 자행될 때마다 상처 입은 쪽이 복수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