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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핵우산’ 주장하는 우익의 속내

북 핵실험을 계기로 한미 FTA와 국가안보론을 연결시키려는 시도가 한미 양측에서 연일 터져나오고 있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이 미국의 핵우산 보호를 받으려면 한미자유무역협정 성사가 최고의 방책이라고 경제와 안보 연계론을 펼쳤고, 23일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태식 주미대사는 “안보상 관계는 경제적인 협력을 통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한미 FTA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우회적으로 보여주었다.

‘미국에 FTA를 내주고 (핵우산을 통한) 안보를 받아와야 한다’는 경제-안보연계론을 가장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는 우익 세력의 주장은 사실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노무현 정부는 마치 이와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노무현 정부는 정책적으로 한미 관계에서 이미 경제와 안보를 연계해왔다. 미국 역시 다르지 않다. 2005년 11월 17일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이 부산 아펙에서 합의한 선언의 핵심 내용은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경제협력 강화’였으며, 이에 따라 한미 FTA와 ‘전략적 유연성’은 국민들이 뭐라고 하든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북 핵실험이라는 정세적 호기를 빌미로 안보이데올로기를 또다시 부추기고 있는 우익 세력의 경제-안보연계론은 미국의 핵우산을 ‘구걸’하는 정치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정치이데올로기는 한 편으로는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자극하고 있고, 다른 한 편으로는 그들의 염원인 한미동맹 강화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안보 이익은 누구의 것인가? 경제-안보연계론에 동조하고 있는 시티그룹은 초국적 군수자본 록히드 마틴의 이익이 흘러들어가고 있는 록펠러의 금융자산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무기를 팔기 위해 전쟁의 공포와 실제 전쟁까지도 필요로 한다. 그들에게 인권이 안중에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한미 간의 군사동맹과 경제동맹이 국민을 보호하는 안전판이라고 말하는 것은 양치기 소년의 외침처럼 거짓말투성이다. 이미 지적한 대로 한미 FTA는 농업, 의료, 교육, 문화, 환경 등 모든 영역에서 인간답게 살 권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유엔개발계획의 인간발전보고서는 이와 같은 상황을 ‘결핍으로부터 자유’가 침해당하는 ‘인간’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충분하고 안전한 먹거리, 해고의 두려움이 없는 직장, 질병의 두려움에서 벗어난 상태가 바로 인간안보가 실현되는 사회이다. 한미 경제동맹의 미래는 이러한 자유가 경쟁으로 치환되고 거기엔 부와 권력을 가진 20%에 80%의 민중이 자신의 권리를 상납해야 하는 구조적인 폭력이 기다리고 있다. 군사동맹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한-미-일로 이어지는 군사동맹은 우리의 평화를 지켜주기보다는 동아시아 평화의 재앙이 될 뿐이다. 한미 간의 군사동맹과 경제동맹은 민중들의 인권을 옭죄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하나의 몸이다.

한반도의 미래는 안보주의와 군사주의로 인해 재앙의 검은 비가 내리고 있다. 미국이 펼쳐든 핵우산 속에서 한반도, 더 나아가 동아시아의 평화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든 우익 세력이든 둘 다 민중들의 평화와 인권을 보장해줄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진정 평화와 인권을 원한다면 한미 FTA 협상을 당장 중단하고 군사적 경쟁만을 가속화시킬 핵우산을 거부해야 한다. 동아시아 비핵화의 실현이 평화를 위한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