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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무미아, 반인종차별운동의 들불로"

뉴욕, 6천여명 운집해 공정한 재심촉구


미국의 대표적인 양심수 무미아 아부자말의 석방운동이 미국 전역에서 다시 불붙고 있다.

7일 뉴욕의 메디슨 스퀘어 가든 극장에서는 무미아의 공정한 재심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4시간 동안 진행된 이 집회에 참석한 사람은 약 6천여명. 이날 집회는 억압받는 소수자들에겐 다시 한번 연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됐지만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겐 꿈자리를 사납게 하는 으름장이 됐다.

배우 오세 데이비스를 비롯해 전 뉴욕시장 데이비드 딘킨스, 흑표범당의 리더였던 캐더린 클레버가 집회에 참석했으며, 이번 집회를 주최한 국제행동센터의 램시 클락과 무미아 석방운동의 거물 팜 아프리카 등 30명이 넘는 연사들은 무미아의 석방을 주장하며 인종차별주의자들과의 한판 승부를 다짐했다.


사형집행 임박한 무미아

주정부는 지난해 12월 현재 펜실베니아 교도소에 수감중인 무미아 아부자말의 사형집행일을 공고했다. 이에 무미아는 연방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으며, 윌리암 요한 연방 판사는 무미아에게 자신의 무죄를 증명할 진술 기회를 줄 것인지 여부를 이달 안으로 결정하게 된다. 그리고 진술 결과에 따라 무미아의 재심 여부가 결정된다. 만약 연방 판사가 진술 기회를 묵살한다면 무미아의 사형은 확정되고 만다. 이러한 급박성은 무미아의 재심 촉구 운동을 긴급하게 그리고 거세게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라디오 저널리스트였던 무미아 사건은 1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필라델피아 매거진 '시민감시'(people to watch)상을 수상한 1981년 12월 9일 무미아는 필라델피아 거리에서 경찰이 그의 동생을 구타하는 것을 목격하고 이를 말리던 중 경관 다니엘 파우크너가 쏜 총에 맞아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그러나 경관 다니엘 역시 의문의 총에 맞아 현장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무미아는 이후 응급실에 실려와서야 그 사실을 알게됐다고 진술한다. 하지만 검찰은 무미아를 살인범으로 기소했다. 무미아가 병원 응급실에서 다니엘을 쏜 범인이라고 자백했다는 것이다. 이후 펜실베니아 법원은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그날 이후 무미아는 18년 동안 감옥에 갇혀있다.


속속 드러난 조작의 증거들

이 재판의 공정성에 대해선 많은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무미아의 유죄를 주장한 증인들이 모두 경찰의 협박과 회유에 의해 무미아가 범인이라고 거짓 증언을 했다고 양심선언을 한 상태이며 △다니엘이 맞은 총알과 무미아가 가지고 있던 권총의 총알이 일치하지 않고 △재판과정에서 무미아의 법정진술은 허락조차 되지 않았고 △경찰은 무미아의 병원 자백을 증명하지 못했다. 게다가 무미아가 당시 흑인민권운동을 주도하고 있었기에 의혹의 무게는 더 크다. 무미아는 흑인의 자위권 확보를 표방하는 '흑표범당'(Black Panther Party)에서 활동한 바 있다. 또 1981년 당시 악명 높은 인종주의자 프랭크 리조 주지사와 경찰들이 저지르는 폭력을 강력히 비난했고, 흑인민권운동 단체인 무브의 강력한 지지자였기 때문에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겐 더할 나위없는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FBI가 그에 대해 800쪽 분량의 자료를 모았고, 흑인민권운동 단체인 무브 사무실 폭격 시점이 이 사건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의혹을 더욱 뒷받침한다. 당시 찍은 자료 화면이 이날 집회에서 상영되었을 때 참석한 사람들이 표현한 분노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모골을 송연하게 했을 것이다.

이들은 특히 오클라호마시 폭탄테러 이후 1996년 제정된 '반테러법안'이 많은 소수자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법에 따르면 사형수가 연방법원에 항소하려면 선고 후 180일 내에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는 '명백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레너드 변호사는 피의자가 이런 자료를 모으는 데는 종종 10년 넘는 세월이 걸리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이 법은 주법원이 인정한 증거에 대해 연방법원도 사실로 가정하고 판단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이 법이 시행된 이후 사형집행이 예전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무미아의 변호인단은 말한다.

이번 집회를 주도한 국제행동센터측은 무미아 사건이 가난한 유색인종들이 흔히 겪는 차별과 억압이 집적된 사례라고 설명한다. 1990년 이후 2천 명이 넘는 소수자들이 경찰폭력과 억압적인 사형제도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는 통계는 이들의 항변을 뒷받침하고 있다. 때문에 국제행동센터는 무미아 석방운동이 미국내 반인종차별운동은 물론 반제국주의 운동의 들불이 되기를 희망하면서 이 달 13일 샌프란시스코, 16일 뉴욕, 6월 29일과 8월 13일 공화당과 민주당 전당대회장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한편 이날 집회에 맞서 약 150명의 뉴욕 경찰은 극장 맞은 편에서 무미아가 살인범이라는 반대집회를 가졌다. [워싱턴:김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