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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헬기 소음과 최루가스 속 전원 연행

국제금융기구 반대 시위, 워싱턴 경찰 강경 대응


지난 16, 17일 미국의 워싱턴D.C에서는 아이엠에프와 세계은행의 봄철 정기 총회에 때맞춰 이들 국제금융기구들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인권영화에 관한 연수차 뉴욕에 체류 중인 김정아(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씨가 16일 시위에 참가한 후 보내온 글을 싣는다.<편집자 주>

아이엠에프와 세계은행의 봄철 정기총회를 무산시키기 위해 준비된 '세계정의를 위한 행동'은 워싱턴 경찰의 강경 대응으로 인해 '시애틀의 신화'를 재현하지 못했다. 하지만 17일 아이엠에프와 세계은행이 개방적이며 투명한 체제로의 변화를 발표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이들 기구의 정책 결정에 만만치 않은 부담을 안겨준 것만은 사실이다.

지난 5일부터 시작된 이 대규모 집회는 아이엠에프와 세계은행 본부뿐 아니라 백악관 남쪽 공원 및 조지타운대학, 워싱턴 시내 교회 등지에서의 집회, 산발적 시위, 포럼, 토론회, 대국민 홍보 등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아이엠에프와 세계은행을 폐쇄하라'를 외치며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군중들은 경찰의 거듭된 검문과 연행에 시달렸다. 시애틀 함락의 아픈 경험을 안고 있는 미국 경찰이 3천명이 넘는 물리력과 물샐 틈 없는 조직력을 발휘한 것이었다. 각국 정부 대표들의 참석을 몸으로 저지하고자 총회장 주변을 점거하고 있던 사회단체 활동가들도 지난 12일 경찰에 의해 진압됐다. 또 총회 개최 전날(15일)에는 아이엠에프와 세계은행 본부와 백악관 근처에서 저항하던 시위대 6백 여명이 헬기의 소음과 최루탄 연기에 휩싸이면서 연행되기도했다. 강경한 초동진압으로 말썽이 될 만한 싹은 모두 잘라버린 가운데 경찰이 16일 새벽 5시 각국 대표들이 기습적으로 회의장에 입장함으로써 아이엠에프와 세계은행의 총회는 '무사히' 개최되었다.


세계화의 재앙 낱낱이 고발

전세계 2백여 단체, 1만 여명이 참석한 이번 집회는, 아이엠에프와 세계은행이 주도하는 세계화를 강력히 비난하고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빈곤과 불평등 및 환경 파괴 사례들을 낱낱이 고발하는 15일간의 프로그램으로 짜여졌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아이엠에프와 세계은행의 구조조정이 불러일으킨 문제들, 아시아와 남미의 열악한 노동환경의 문제 등 국제적 이슈이외도 미국 내 독점/불공정 거래 문제 및 감옥의 민영화 문제, 세금 낭비 문제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집회를 조직한 '50년으로 충분하다 네트워크'는 지난 3월 대다수 세계의 민중들에게 빈곤과 불평등의 고통을 야기하고 환경 파괴를 일삼는 아이엠에프와 WTO, 세계은행을 추악한 삼위일체라고 맹비난하며 이들 기관에 대한 7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한 바 있다. '50년으로 충분하다 네트워크'의 아이엠에프와 세계은행에 대한 요구사항은 △모든 채무 탕감 △구조조정 및 긴축정책 강요 중단 △구조조정의 피해자인 국민과 지역 사회에 배상금 지불 △이들 기관의 대규모 프로젝트(댐 건설 등)로 인한 피해자들에게 배상금 지불 △공공부문을 축소시키는 민간부문에 대한 투자 중단 △부패한 채무국 권력자 및 그 부패를 부추긴 이들 국제기구에 대한 기소와 손해배상 요구 △민주적이며 개방적인 정책결정 등이다. [워싱턴 : 김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