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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박해 예견하면서도 강제송환인가


최근 정부는 버마민족민주동맹(NLD) 한국지부의 활동가인 버마인을 사지로 내쫓으려 하고 있다.

그가 돌아갈 곳이 어떤 곳인가? 총선거에서 82%의 지지를 얻은 정당이 정권을 인수하지 못한 나라이다. 대학문은 3년째 닫혀 있고, 어떤 정치활동에도 체포·고문·처형이 따라붙으며, 군부를 위한 강제노동에 생계조차 꾸리기 어려운 나라이다. 이와 같이 40여 년 군부통치의 광란이 춤추는 곳으로 우리 정부는 '한 인간'을 '강제퇴거'라는 관에 넣어 보내려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난민의 홍수에 몸살을 앓고 있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난민을 수용하기에 인색한 것도 사실이다. 난민에 대한 우리 정부의 냉혹한 태도는 뭐 다른 나라들에 비해 엄청 악독하다고 비난받을 만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차갑게 얼어붙은 많은 정부들의 문단속을 염려하기에 앞서 우리는 우리 정부의 이중적 태도를 재단해야 한다. 현 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인권외교'를 읊조린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불과 몇 주전에 교황을 만난 자리에서도 우리 국가원수는 버마 등 국제사회의 인권신장을 위한 노력을 과시했고, "한국은 인권 등 인류보편적 가치의 범세계적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선언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94년부터 난민지위를 신청한 53명 중 단 한명도 대한민국의 심사대를 통과한 일이 없다는 사실은 공수표치고는 너무 황당한 공수표이다. 이번 버마인의 경우, 명색이 유엔난민조약의 이사국인 우리 정부의 처사는 '자신들의 난민심사 기간동안 출국시키지 말아달라'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의 요청까지 무시하는 것이었다. 우리 정부가 가입한 국제인권법은 다 어디에 있는지 '입국 후 60일 이내에 난민지위를 신청해야 한다'는 출입국관리법만이 오도가도 못할 난민 신청자의 운명을 좌우하고 있다.

적어도 이번 기회에 우리 정부는 '안전이 보장되지 못하는 곳으로 되돌려 보내서는 안된다'는 최소한의 원칙에 자신을 비춰봐야 한다. "박해국으로의 강제·퇴거송환금지"(non-refoulement)는 난민보호에 관한 국제기준의 초석이다.

우리는 우리 사회가 난민과 조우하여 최소한의 인권 보장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갈등하고 실현할 기회를 갖길 바란다. '단 한 명도 안 된다'는 철통 자물쇠는 난민을 향해 채우는 것만이 아니라 이 시대 기본적 인권 문제에 대한 우리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