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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감옥체제와 사상범의 수형생활 연구』

-1960년대~1980년대의 한국사례를 중심으로-


2000년/ 전남대학교 사회학과 박사학위 논문/ 최정기/ 205쪽


철저한 고립과 감시, 일상화된 폭력 속에서 몇십 년간을 감옥 안에서 살아야했던 '사상범'들의 수형생활을 감옥체제의 변화와 함께 조망한 논문이 나왔다. 이제까지 사상범에 대한 연구가 법적 제도적 접근 또는, 그들에 대한 처우의 열악함과 부당함을 이유로 인권침해 사실을 고발하는 수준에 머물렀던데 비해, 이 논문은 교정당국의 일상적 통제에 대한 사상범들의 대응형태에 주목하면서 그 속에서 변화된 감옥체제를 연구한다.

연구자는 "감옥체제는 감옥을 구성하는 요소들 사이의 힘들이 작용하면서 변화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연구자의 논리를 빌자면, 1950년대 형무소에서는 별 문제없이 이뤄졌던 징벌이나 폭력사용이 1990년대의 교도소에서 문제화되고 있는 것은 일면 수형자들의 저항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국가 권력은 사상범을 감옥체제란 힘을 빌어 통제하려했다. 사상범을 극도로 격리시켰으며 모든 일상을 감시, 통제했다. 또한 사상전향제도를 도입해 사상범들의 정체성 파괴를 기도했고 그 과정에서 폭력을 사용함으로써 공포정치를 감행했다. 이러한 통제 속에 많은 사상범들이 전향을 선택하기도 했으며 일부는 정신이상 등에 빠져 정체성이 파괴되기도 했다. 그러나 또한 상당수는 열악한 감옥환경에 적응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감옥 권력에 저항해 감옥체제를 바꾸는 역동적인 모습을 발현하기도 했다.

일반적 감옥권력의 의미로부터 △한국 사상범 감옥체제의 변화 △사상범에 대한 국가권력의 통제 방식 △사상범의 저항 등이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조목조목 잘 정리된 이 논문은,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의 감옥체제와 사상범들의 수형생활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