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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보안관찰처분취소 판결을 접하며


9전 9승. 지난 6일, 7일 이혜정(방북사건), 김삼석(남매간첩 사건) 씨가 "보안관찰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요지의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함으로써 98년이래 최근까지 진행됐던 9건의 '보안관찰처분 취소소송'에서 보안관찰 피처분자들이 모두 승리하는 결과가 나왔다.

소송 제기자들이 '보안관찰처분'을 받게된 이유를 살펴볼 때 이는 당연한 결과다. 검찰과 법무부는 출소 후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사람에 대해 "뚜렷한 생계수단이 없다"는 점을 보안관찰처분의 근거로 제시하거나, "젊고 활동능력이 왕성하다"는 것 등을 보안관찰의 이유로 내세웠다. 한마디로 억지에 불과한 것이 보안관찰 처분의 실상이며, 이에 대해 사법부는 상식적인 판단을 통해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고결과만을 놓고 보안관찰제도에 대한 사법부의 인식이 진일보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 97년 헌법재판소가 "보안관찰법이 위헌이 아니다"는 결정을 내린 이후 최근까지 진행됐던 7건의 보안관찰법 위반 사건에서 재판부는 피고인(보안관찰피처분자)들에게 예외 없이 유죄를 선고해왔다. 피고인들은 대부분 관할 경찰서에 자신의 동향과 신원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됐는데, 법원은 현행 보안관찰법의 규정을 그대로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다. 한편으론 보안관찰처분의 억지성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그러한 처분에 불응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사법부의 잣대는 사뭇 이중적이다.

"법이 존재하는 이상 어쩔 수 없다"고 판사들은 항변할 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낡은 법조문과 판례를 답습하는 앵무새가 아니라 과감하고 소신있는 판결을 통해 시대를 선도하는 인권의 수호자들이다. 앞으로 법정에서 "보안관찰법 혐의 무죄!"라는 선고를 듣게 될 날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