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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생존권투쟁 탄압’ 선전포고

검찰 등, ‘공안대책협의회’ 구성키로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에 대해 김대중 정권이 본격적인 탄압의 칼날을 빼들기 시작했다.

25일 대검 공안부(부장 진형구)는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탈퇴에 따라 앞으로 예상되는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응하기 위해 내달 초 ‘공안대책협의회’(가칭)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공안대책협의회는 기존의 공안합동수사본부를 대통령 훈령에 의해 법제화하는 것으로, 여기엔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등 공안기관 뿐 아니라 노동부와 교육부, 기무사까지 참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앞서 민주노총은 24일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선언하면서, “정리해고 중단과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생존권 보장” 등의 요구사항을 갖고 3, 4월 총력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정부의 공안대책협의회 구성 방침은 김대중 정권이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을 드러내며, 과거 정권 식의 공안탄압 대응으로 선회할 것임을 공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정부가 노동자들의 생존권 요구마저 공안대책기구를 통해 억누르기로 함에 따라 앞으로 각계의 반발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덕우 변호사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발상을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노동자들의 생존권투쟁에 왜 국정원과 기무사까지 개입하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먼저 노동계의 요구가 타당한지 여부를 치밀히 검토한 뒤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설득할 것은 설득해야 한다”며 “정부가 오로지 노동자들만 억누를 경우, 더 큰 반발과 부작용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24일 기아자동차 노조간부 14명에 대해 긴급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기아자동차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금속연맹 소속 사업장들과 함께 25일부터 시한부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었으며, 검찰은 금속연맹의 총력투쟁을 사전에 무력화시키기 위해 노조간부에 대한 검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금속연맹은 25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김대중 정권의 노동자에 대한 도발이 시작됐다”고 비난하며,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탈퇴 사태는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은 정부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는데도,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강경탄압을 계속한다면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