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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특집> 제3회 인권영화제 상영작 소개 ④

인권의 음지 : 소수자들


야만의 세계 속에 갇혀 억압과 고통을 당하고 있는 소수자들이 존재한다. 여기에 소개되는 영화들은 홈리스 여성과 감옥의 수인들, 극빈자, 장애자, 마약과 매춘을 하는 사람 등 사회 곳곳에서 소외된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십자가를 진 아이들>은 카자흐스탄 소년감옥의 정신과 의사출신인 타라스 포포브 감독이 소년범 심리 상담기록 필름을 기초로 제작한 다큐멘터리다. 러시아 다큐멘터리의 진수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논리적인 저널리즘보다는 사람의 정서를 감동시키는 기법을 사용해 우리나라의 정서에도 잘 맞는 수작이다. 지난해 미국 에미상 베스트다큐멘터리상을, 올해는 암스테르담인권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입국금지>는 인권영화제를 통해 처음 소개되는 작품으로 재일동포들의 '조선'국적 문제를 다룬 독립 다큐멘터리다. 감독은 재일동포들에게 분단과 일본제국주의가 가져다준 아픔을 적절히 담아냈다.

젊은이들의 약물복용과 성적이탈에 대해 다룬 <날 놓아줘>는 감독인 앤 클레어 포이리에가 직접 겪은 일을 모티브로 했다. 캐나다 독립영화연구소 출신인 포이리에는 선구자적 여성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바드 강단과 MTV쪽에서 활약하던 엘리 리 감독의 공식적 첫 작품인 <끝없는 강제>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이란 새로운 실험을 보여준다. 1998년 앙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초청작이며 베를린 영화제 상영작이기도 하다.


■ 십자가를 진 아이들
카자흐스탄/1996년/52분/다큐멘터리/컬러/감독 타라스 포포프, 블라디미르 툴킨

이 영화는 우크라이나의 소년 감옥 내부를 무대로, 어린 범죄자들을 교화하는 방식과 그들을 죄인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죄악스러운 것인지를 보여준다. 엄격한 규율아래 소년범들이 교화되는 과정과 이들이 말하는 감옥의 실상이 번갈아 화면에 나타난다. 특히 영화의 말미에서 소년범들이 투박한 목소리로 부르는 찬송가는 압권이다. 포포프 감독은 소년들이 직접 말하고 서로 판단하도록 함으로써 아이들의 아픔을 여과 없이 전달하면서도 객관적인 작품을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입국금지
한국/1998년/다큐멘터리/컬러/감독 박성미

최근 완성된 이 작품은 재일동포들의 국적에 관한 고민과 갈등, 차별문제를 탐문하고 있다. 일본에 사는 재일동포3세 오덕주 씨는 지난 부산영화제 때 상영된 일본영화의 홍보를 맡았지만 국적이 '조선'이라는 이유로 입국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 외에도 조선국적을 가진 아내와 결혼했다는 이유로 고향이 아닌 영국으로 신혼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연 등이 소개된다.


■ 날 놓아줘
캐나다/1996년/다큐멘터리/감독 앤 클레어 포이리에

자신의 가장 아픈 상처를 드러내고 그것을 성찰해서 다시 삶의 영역으로 소화해내면서 다른 이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 그리하여 개인적 상처가 사회적 문제로 쟁점화되어 실마리를 풀어가는 고통스럽고 위대하며 아름다운 일을 이 작품은 해냈다. 마치 떠나간 연인에게 연애편지를 쓰듯 절절하고 지독한 사랑의 고백이 어머니의 시적인 나래이션으로 이어진다.


■ 끝없는 강제
미국/1997년/6.5분/애니메이션/감독 엘리 리

이 작품은 홈리스 여성들이 겪는 고통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낸 애니메이션이다. 실제 인터뷰를 토대로 구성한 이 다큐 애니메이션은 거리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이 남자들에게 어떻게 이용당하고 학대당하는지, 왜 그들에게 벗어날 수 없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회갈색 목탄의 투박함이 암울하고 혼돈스런 악몽의 현실을 잘 그려내고 있다.


■ 한낮의 별
일본/1998년/93분/컬러/다큐멘터리/감독 사토 마코토

정신적 장애를 가진 7명의 예술가들이 창조해낸 선, 색채, 조각 등을 통해 그들의 두려움, 기쁨, 좌절감 등의 인간적인 감정을 엿보게 된다. 옴니버스 형식의 다큐멘터리인 이 작품은 익살스런 유머와 생활에 대한 열정이 담긴 시선으로 그들을 표현한다.


■ 황무지
독일/1997년/75분/35mm/컬러/감독 안드레이 쉬바르츠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외곽에 있는 쓰레기더미 속에서 살고있는 집시들에겐 당장 오늘의 생존이 급박한 문제일 뿐이다. 아무런 희망도 기대도 없이 살아가는 이들에게 동유럽의 몰락과 함께 급속하게 찾아든 자본주의의 물결은 이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 아프리카: 견딜만 합니까
프랑스/1996년/165분/다큐멘터리/컬러/감독 레이몽 드파르동

기아, 질병, 인종차별, 전쟁 등의 고통이 녹아있는 아프리카인들의 생활상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의 인상적인 오프닝은 넬슨 만델라의 침묵의 인터뷰다. 이 장면은 현재 남아공화국이 처한 고통의 깊이를 잴 수 있는 인상적인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