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5․5 인권영화제 - 한국 작품 소개


▲ 팬지와 담쟁이
2000/ 60분/ 계운경/ 컬러/ 다큐

수정(36)․윤정(27) 자매에게는 특별한 꿈이 있다. 그 꿈은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는 사랑의 자유. 사랑할 사람을 만날 준비를 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 주고자 하는 지극히 소박한 꿈. 그러나 장애인이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실현하기 어려운 특별한 꿈이 되어 버렸다.

어머니는 장애인인 아버지를 만나 결혼했다. 육남매 중 장애를 안고 태어난 두 자매는 다른 자매들처럼 질투하고 싸우면서도 붙어 다닌다.

신체적 장애로 뚜렷한 직업도 가질 수 없었고,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지 못한 자매. 그런데 수정 언니에게 애인이 생겼다. 하지만 정식으로 프로포즈하지 않는 남자에게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옆에서 지켜보는 윤정은 질투 반 안타까움 반이다. 적극적인 동생 덕분에 성교육을 받고, 산부인과에 다니며 진찰을 받는 수정.

꿈을 이루기 위한 두 자매의 일상에 초점을 맞춘 카메라는 실현되기 힘든 희망도 희망이라 말한다. 차가운 현실과 꿈 사이를 나누는 투명한 막처럼 터질 듯 아슬아슬하기만 하지만.
세상 앞에 당차게 나서고 낙천적으로 관조하는 두 자매의 강한 매력은 다큐멘터리를 더욱 힘있게 만든다.


▲옛날이야기
2001/ 60분/ 박승우/ 컬러/ 다큐

1950년 8월 한국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군과 미군의 방어선이 낙동강까지 밀린 가운데, 미군의 작전지역이었던 경상남도 일대에서 수많은 민간인 학살사건이 일어났다.
‘움직이는 모든 민간인은 적으로 간주하라’는 작전 명령이 떨어지자 미군은 중소도시 가옥 밀집 지역은 물론 한적한 농가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 폭격을 가한다.

전쟁이 끝난 뒤엔 정부의 사찰, 연좌죄 적용 등 혹독한 사상탄압이 이어졌다. 두려움에 숨죽여 살았던 50년의 세월. 카메라 렌즈는 피해자의 증언과 상처의 흔적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끔직한 지난 역사를 짐작하게 한다.

폭탄에 맞아 뒤틀린 기둥과 무너져 내린 폐가들. 주민들의 팔 다리에 깊게 패인 총탄과 파편의 상처, 육신의 상처보다 더 깊은 고통은 죽은 아들과 남편, 아내와 누이, 어머니의 피맺힌 기억.....영화는 말할 수 없어 더욱 사무친 절망과 고통을 고스란히 기록하고 있다.

주민들은 2000년 1월. 정확히 50년이 지나서야 함안지역을 중심으로 의령, 창녕, 마산, 사천
지역의 양민학살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중심이 되어 ‘한국 전쟁 중 미국에 의한 양민학살 경상남도 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5월 서울 상경투쟁으로 이어진 유가족과 경남 대책위의 절박함은 역사의 소름으로 전이된다.


▲ 기억
2000/ 14분/ 이맹유/ 컬러/ 극영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김필국. 그는 27년간의 복역 중, 전향을 강요받으며 당했던 잔혹한 고문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 고통과 절망은 죽음을 경험하는 공포에 가깝다. 삶의 희망인 자식과 아내, 그리고 통일은 그 절망에서 살아 있게 하는 유일한 희망이다. 결국 넋이 나간 듯 전향서를 쓰고 만 김씨는 비전향을 고집하며 신음을 토해내는 동지의 울음소리에 머리를 파묻고 괴로워한다.

그러나 출소 후에도 계속되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은 결국 현재의 삶마저도 포기하도록 유도한다. 죽음이라는 이름으로 과거를 잊고 현재를 극복하려는 것일까? ‘강제적 전향이란 얼마나 반인간적인가’라는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하는 대담한 단편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