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파괴에 맞서 연대로”

’98 서울국제민중회의 폐막


“우리,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연대해야 합니다. 돌아가서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민주노조 쟁취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멕시코의 노동자는 한국민들이 모은 투쟁기금을 전달받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98서울국제민중회의는 이처럼 참석자들 모두에게 ‘연대의 씨앗’을 품어준 채 11일 막을 내렸다.

이번 서울국제민중회의에서 발표된 각국의 사례들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민중들이 실업, 가난 그리고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그 근원에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줬다. 참석자들은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국제적 연대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참석자들은 폐회에 앞서 채택한 선언문을 통해, “신자유주의는 초국적 기업의 부와 권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파괴적인 전략으로 인간의 존엄과 복지,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며 “자주성의 증대, 생존권의 보장, 불평등의 제거, 환경의 보호 및 원주민의 자결권 보장을 위해 진정한 대안을 추구할 기회와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번 회의는 오직 첫 걸음에 불과하며, IMF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고통받고 있는 모든 이들과 함께 공동의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각국의 참석자들은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량 해고와 노조 활동가들에 대한 구속, 수배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IMF와 구조조정 프로그램, 정리해고에 맞서는 한국 민중들의 투쟁에 무조건적인 연대를 보낸다”며 “백 명 이상의 민주노총 활동가를 포함한 모든 양심수의 즉각적인 석방, 이주노동자들의 완전한 노동권 보장, 인권 탄압과 정치적 압제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는 국가보안법의 철폐”를 촉구했다.

앞서 10일 저녁, 필리핀 ‘공무원의 단결과 전진을 위한 연맹’ 대표 페르디난드 씨가 신자유주의 정책의 일환인 민영화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페르디난드 씨는 “상수도와 전력, 교육, 의료 서비스 등의 민영화는 결국 민중들이 지불해야 할 비용의 상승만을 의미한다”며 “민영화를 먼저 경험한 여러 나라에서는 민영화에 반대하는 대규모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푸에르토리코의 경우, 1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푸에르토리코 전화회사를 비롯한 공기업의 민영화에 저항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1일 24시간 동안 전국적인 파업을 벌였고,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도 민영화와 탈규제에 반대해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고 페르디난드 씨는 밝혔다.

이어 강력한 반독재 투쟁으로 수하르토 정권을 퇴진시킴으로써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던 인도네시아 학생운동가 푸스파 인사니(인도네시아민주주의학생연대) 씨는 인도네시아 학생운동에 대해 소개했다. 푸스파 인사니 씨는 “수하르토는 물러났지만, 후계자인 ‘하비비가 민주주의를 연다’는 말 역시 거짓”이라며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항쟁 당시 인도네시아의 시위대가 중국인들을 약탈, 강간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것은 군부가 선동해서 생긴 일일 뿐, 민주세력들과는 무관하다”며 “정치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중국인에 대한 적대감을 자극시켜 관심을 딴 데로 돌리고, 민주세력의 도덕성을 훼손시키려고 하는 것이 군부의 고전적인 술수”라고 답했다.

한편 이번 회의의 해외 참석자들은 12일 종묘에서 열릴 실업자 대행진에 참석해, 한국의 노동자․실업자들에 대한 연대의 의지를 과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