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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공권력 투입 안된다”

각계인사, 현대사태 평화해결 촉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이 임박한 가운데, 정리해고의 철회와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각계인사들의 목소리가 높다.

김금수, 김중배, 김진균 씨 등 57명의 각계인사들이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고용․실업대책과 재벌개혁 및 IMF대응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18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자동차에 대한 공권력 투입 방침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페퍼포그와 살수차, 헬기 등으로 중무장한 1만3천여 명의 경찰병력을 배치해 군사작전을 펼치듯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진압하려는 것은 군사독재정권과 다를 바 없는 무자비한 수법”이라고 비난하며, “이는 노사정 관계를 파탄시키는 폭거이며 신 정부의 ‘민주개혁’의 총체적 파탄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현대자동차 사측에 대해서도 “노동자들이 뼈를 깎는 고통분담안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리해고만을 끝까지 고집하며 경찰력투입에 목을 맴으로써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리해고를 중단하고 △임금삭감 △노동시간 단축 △순환휴가제 등의 다양한 해고회피노력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것”만이 현 사태의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기어코 경찰병력을 투입할 경우, ‘범국민적 저항’에 나서는 한편, ‘현대재벌’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고 경고했다.

오전 기자회견을 마친 각계인사 20여명은 이날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으로 직접 내려가 공권력 투입 방침의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또한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사측과의 접촉을 시도했으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표단은 18일 밤 11시 현재 새정치국민회의 관계자와의 면담을 통해 ‘공권력 투입 방침 철회’를 설득하고 있다.

한편 각계 인사들이 울산 현지에 도착한 오후 6시경, 경찰은 현대자동차 정문 주변에 쇠파이프와 곤봉으로 무장한 전투경찰들을 배치해 공장 출입을 봉쇄했다. 이날 오후 6시 울산공장 앞에선 민주노총 울산본부 주최로 집회가 신고되어 있었으나, 전경들은 쇠파이프 등으로 위협하며 시민들의 공장 접근을 차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집회참석차 모인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최초 3백여 명에서 1천여 명으로 불어나면서 전투경찰을 밀어내, 집회는 예정대로 열렸다. 또한 밤늦은 시간까지 공장 안에서 현장노동자들의 집회가 개최되는 동안 공장 담밖에선 격려 집회가 이어졌다.

현지에선 “불법집회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유인물이 경찰 헬리콥터에서 계속 살포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나, 오히려 공장 내 농성에 합류하는 노동자들의 가족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장 안에서 농성중인 가족들의 숫자도 1천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내 굴뚝 위에서 농성중인 정갑득 전 노조위원장 등은 거듭 굳은 결의를 밝히고 있으며, 김광식 노조위원장도 “현대가 무너지면 노동운동의 앞날은 어둡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할 작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