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사람’은 안중에 없는 재개발

도원동 철거민, 멍드는 가슴


“「살기좋은 용산」이란 표어는 좋지만 사람이 살아야지, 돈만 살아서 뭐합니까” 도원동 재개발지역의 한 세입자는 분노를 토해낸다.

지난 4월말의 골리앗 철거를 끝으로 강제철거가 완료되고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도원동 재개발 현장. 공사장 한 귀퉁이에는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다. 그들은 강제철거로 자신의 보금자리를 잃고 밀려난 세입자들(주거연합 회원)이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언제 쫓겨날지 몰라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다. 며칠전만 해도 삼성건설측이 공사장과 세입자들의 천막 사이의 펜스를 일방적으로 뜯어내 이들을 분노케 했다. 지금은 펜스가 뜯긴 자리를 나무판으로 엉기성기 막고 있을 뿐, 공사장 귀퉁이의 이 천막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펜스가 뜯기던 날, 세입자 유옥연 씨의 11살 짜리 딸은 학교로 가는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지난 4월 사무실과 집이 강제철거되던 날의 악몽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마지못해 학교로 향하면서도, 딸은 “내가 학교 간 사이에 엄마, 아빠가 혹시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지”라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가난하지만 이웃들과 함께 도우며 사는 것이 꿈이기에 이곳에 남아 계속 싸워온 유 씨. 하지만 가끔씩 마음에 걸리는 건 어린 자식들이다. “가난이 불편하긴 해도 초라하거나 죄가 되는 건 아니라고 가르쳐왔지만, 이 생활이 자식들에게 멍으로 남을까봐 걱정”이라고 눈물을 글썽거린다.

이들의 안타까운 사정에도 조합이나 건설회사, 구청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 4일 오후 용산구청은 용산경찰서에 공권력 투입을 요청해, 구청 앞에서 노숙중이던 세입자들(전철연 회원)의 비닐천막을 철거하고 주민 7명 전원을 연행케 했다. 세입자들의 ‘가수용시설’ 건립 요구엔 여전히 안된다는 대답 뿐이다.

한편 재개발 공사비용은 당초 계획보다 45억원이 인상되었다. 그 돈은 “철거용역 비용, 관할관청 상납비용, 그리고 시공사와 조합간부 간의 나눠먹기식 비리속에서 인상된 것”이라고 철거민들은 주장한다. 가옥주들은 재개발을 통한 재산증식을 꿈꾸다 오히려 재산피해를 보고, 세입자들은 가수용 시설 건립비용의 수십배에 달하는 비용으로 고용된 철거용역들로부터 온갖 폭력에 시달리다 삶의 터전을 잃는 악순환이 도원동에서도 재현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