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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고통’의 성역, 배불리는 자본

한국타이어, 순익 줄어도 주식배당액 늘어

회사와 노동자의 어려움 속에서도 자본가들의 배는 계속 불러가고 있다.

최근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노기연, 소장 김상곤)가 작성한 '한국타이어 경영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가 최근 수년간 당기순이익의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에 대한 배당금과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율)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회장 조양래)는 현재 심각한 경영악화 상태에 있으며, 이는 무리한 설비투자와 과도한 차입경영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타이어는 94년 금산공장 설비투자에 나서면서 무리하게 단기은행차입금과 장기외화차입금을 끌어들였고, 이로인해 엄청난 이자비용과 외환손실 부담을 안게 되었다. 특히 96년 5백65억원이던 이자비용은 97년에 8백70억 가량으로 늘었으며, 이는 한국타이어의 생산노동자 4천명이 한해 동안 받아간 임금총액의 8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는 96년, 97년에 각각 16%, 14%씩 매출액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은 1%,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주주들에 대한 배당액은 94년 32억2천만원에서 97년 46억5천9백만원으로 증가했으며, 배당성향도 15%에서 46%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차입경영 과실, 노동자에 전가

반면, 회사측은 이러한 경영상의 부담을 정리해고 및 정규직의 비정규화 등 고용조정과 노동강도의 강화를 통해 노동자들에게 모두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측은 97년 11%의 인원감축을 통해 노무비의 비중을 13% 삭감했으며, 98년 들어서도 정리해고와 정규직원의 용역화를 계속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올 3월 한달 동안 사망사고를 비롯한 세 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등 노동강도 강화에 따른 부작용도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무비를 삭감하는 가운데에도 97년 광고선전비로 2백79억원을 지출했는데, 이는 96년과 대비해 무려 75%나 증가한 액수다. 노기연은 이에 대해 "노동자들의 임금으로 나가는 돈은 한푼도 아까워하면서 소비적인 부문엔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당기순이익이 줄어들더라도 자본가들은 더 많은 돈을 가져가고 있으며, 노동자들에게만 일방적으로 고통이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자본 위기돌파구, 노동탄압 선택

한편, 최근 수년간 벌어졌던 한국타이어의 노동탄압 문제도 무리한 차입경영에 따른 부담을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94년 5월 금호타이어 파업사태를 기회로 시장을 확장하기 시작한 한국타이어가 늘어난 공급물량을 채우고 시장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작업시간 연장과 노동강도 강화를 요구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회사측은 생산량 확대를 위해 휴일조차 금지시키고, 조출·잔업을 의무화하면서 노동시간을 연장했으며, 한편으로는 더 많은 판매와 더 많은 이익을 내다본 경영자층이 금산공장을 착공하게 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95년 노동자들의 불만이 분출되면서 싸움이 벌어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테러와 폭력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결국 노동자들의 투쟁결과로 임금인상이 단행되고 부분적으로 근무시간이 축소되기도 하였으나, 가중되는 자금압박을 돌파하기 위해 회사측이 다시 생산현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게 되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노기연은 "1955년 설립자본금 1천만원으로 시작한 한국타이어가 97년 현재 자본금 332억7천8백만원의 회사로 성장한 반면, 노동자의 생활은 어떻게 달라졌냐"고 물음을 던지며, "기업이 조금이라도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고통받는 것이 노동자고, 기업이 좋을 때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이익을 보는 것은 자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