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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안기부, 가족 눈앞에서 고문”

민가협 목요집회, 안기부 개혁 촉구

정부가 북풍공작 사건조사와 더불어 안기부 개혁작업을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안기부 인권유린 피해자와 가족들이 명예회복과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12일 오후 2시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상임의장 임기란, 민가협)는 탑골공원에서 제220차 목요집회를 갖고, 안기부 피해자의 석방과 안기부의 즉각적인 개혁을 촉구했다.

이날 임기란 상임의장은 "지난 61년 5·16쿠데타후 '중앙정보부'로부터 탄생한 안기부가 그동안 독재정권 유지를 위한 공작정치를 벌여 수많은 사람들이 인권침해를 당해왔다"며 "특정 정치세력의 정권유지를 위해 존재해온 안기부를 즉각 개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92년 대선전 남한조선노동당 사건 당시, 아들 황인오 씨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불고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풀려나온 전재순 씨는 "남산 안기부에 끌려가 22일간 고문받았던 악몽을 생각할 때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며 분노했다.

전 씨는 "당시 안기부에서 심문조사를 받을 때 옷을 벗기고 군복으로 갈아입힌 채 '여기가 어디인줄 아는가' '이년이 돼먹지 못했다' '이선실을 보았는가'는 등의 협박을 받았으며, 특히 당시 정형근 안기부1차장(현 한나라당의원)은 아들, 며느리, 손주등 가족 5명이 보는 앞에서 '이년은 시시하게 다뤄서는 안된다. 가족들 앞에서 총살시키겠다'며 고문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민가협 관계자는 "당시 안기부가 송혜숙(황인오 씨 부인) 씨를 아들(황두하, 당시 3세)이 보는 앞에서 고문을 가해 아직도 두하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또한 95년 10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대구교도소에 수감중인 박창희(전 외국어대 교수) 씨의 아들 박재혁 씨는 "안기부가 아버지를 술먹이고 고문수사해 아버지가 북경 북한대사관에서 조선노동당에 가입한 것으로 되어있다"며 "만약 아버지가 북한대사관에 갔다면 사진 한장이라도 나와야 하지 않는가?"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민경우 전 범민련 사무처장의 부인인 김혜정 씨도 "안기부는 97년 북한동포돕기운동을 진행한 70세 이상 고령자들마저 연행해 고문하였다"며 "안기부 조작사건에 대한 명예회복뿐 아니라 사면도 되지않아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가협 관계자는 "지난 87년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씨의 죽음은 바로 안기부의 고문수사에 따른 것이었다"며 "정부는 안기부의 선차적 개혁을 단행하는 것이야말로 정권교체의 의미를 살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민가협은 이날 목요집회에서 △인권침해사건에 대한 전면적 조사 △안기부 고문수사 진상규명 △고문수사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위한 안기부 개혁단행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