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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안기부, 다시 물고문

범민련 나창순씨 7일간 항의단식투쟁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유물로 여겨지는 물고문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일 서울형사지법 합의21부 심리로 311호 법정에서 열린 재판에서 나창순(65, 범민련 소속)씨는 지난 7월 3일 안기부에 연행되어 20여일간 조사를 받으면서 물고문을 당했다고 폭로했다<관련진술 2면>. 아울러 나씨는 수사관의 가혹행위로 인해 19일 새벽 2-3시경 앰블런스에 실려 인근 병원에서 머리 초음파 촬영을 받았다고 밝혔다. 물고문을 당한 직후 나씨는 이에 대한 항의와 차후 재발방지를 요구하며 일주일간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북한동포돕기 관련 구속

나창순 씨는 지난 7월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가 북녘동포돕기 성금을 일본에 있는 범민련 공동사무국으로 전달한 것과 관련해 국가보안법 위반(회합.통신) 혐의로 이종린(의장 권한대행) 이천재(부의장) 정효순(대전충남연합 의장)씨 등 3명과 함께 구속되었다.

혐의사실에 대해 나창순씨는 "북녘동포돕기 성금이 당연히 대한적십자사로 전달되는 것으로 알았으며, 범민련 공동사무국 박용이라는 이름도 안기부에 연행되어 처음 들었다"고 밝혔다.

안기부에 도착 당시부터 나씨는 이 사실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안기부 수사관들은 "민자통 회원들에게 북녘동포돕기 성금을 범민련 공동사무국의 박용에게 송금한다는 것을 보고하고 모금을 했다"고 자백할 것을 강요당했다고 밝혔다. 나씨는 3일부터 계속 수사관 7-8명에 의해 하루 12시간 이상씩 조사를 받았으며, 이들은 자백을 강요하면서 삼각 팬티만 남기고 옷을 다 벗긴 채 얼굴을 중심으로 모든 부위를 구타했고, 무릎을 꿇게 하고 두손을 번쩍 들게 한 상태에서 허벅지를 밟았으며, 옆구리를 구두발로 찼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난폭한 욕설과 협박은 물론 얼굴에 가래침을 뱉기까지 했다고 나씨는 밝혔다. 나창순씨는 모두진술에서 "지치고 지친 몸이 되어 장소구별없이 쓰러질 지경이고 살아있는 몸이 너무 구차스러웠다"고 토로했다.

물고문은 연행된지 16일째 되던 7월 18일 피의자 조서에 서명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나씨가 모두진술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저녁식사시간에 술을 마신 이들을 포함해 수사관 7명이 자신을 담요로 덮어씌우고 지하 골방으로 데리고 가 눕혀놓고 얼굴에 폭포처럼 물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몸이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수사관은 강제로 피의자 조서에 무인(손도장)을 찍었다. 그 뒤 나씨는 심한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의자에서 쓰러져 몇 시간만에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밖에도 나씨는 물고문을 한 7월 18일을 포함해 세 번 서초경찰서 유치장에 잠을 자러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튿날인 7월 19일 아침 8시경부터 나씨는 안기부에서의 폭행과 물고문등 가혹행위에 대한 항의와 이후 이런 일이 두번 다시는 되풀이되어선 안된다는 생각으로 25일까지 7일간 단식투쟁을 벌였고, 이러한 가혹행위 사실은 7일 재판과정에서 나씨의 모두진술을 통해 외부로 알려졌다.

한편 나창순씨의 다음 재판은 21일로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