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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고> 한국여성의 국제결혼과 불평등한 국적법의 개정방향

-국적법 개정을 위한 사업을 벌이며-

1. 배경

세계경제는 48년에서 94년까지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체제에서 95년 WTO 체제로 전환되면서 자유무역의 기치를 걸고 세계시장을 하나로 만들려 하고 있다. 이런 세계적 움직임 속에서 한국사회도 80년대 후반부터 ‘외국인노동자’ 라는 새로운 사회현상을 겪고 있다. 96년 12월말 현재 21만54명의 외국인노동자(산업기술연수생 68,020명, 합법취업자 13,420명, 불법체류자 129,054명)가 국내에 들어왔으며, 그중에는 한국여성과 결혼해 사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외국인력의 도입은 늘어날 추세이고,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의 경우 연령이 20대 후반에서 30대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의 국제결혼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의 국적법은 한국여성에게 불평등한 조항이 있고, 이로 인해 많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2. 국제조약과 세계 각국의 현황

여성의 인권보장이나 남녀평등실현에 관한 대표적인 유엔조약으로는 1) 세계인권선언(48년) 2) 기혼여성의 국적에 관한 조약(57년) 3) 혼인의 동의, 최저연령 및 등록에 관한 조약(62년) 4) 국제권리장전(66년) 5) 유엔 여성차별조약(79년)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제권리장전, 유엔여성차별철폐조약을 비준한 상태이다. 그러나 한국은 85년 비중당시 이와 상치되는 가족법과 국적법을 유보한 채 비준했다. 그 후 가족법은 완전하지는 않으나 90년 개정되었고, 국적법도 3차례 개정되었으나 남녀 차별조항은 개정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85년 비준한 유엔 여성차별철폐조약에서는 “1. 당사국은 여성이 국적을 취득, 변경 또는 보유함에 있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여야 한다. 당사국은 특히 외국인과의 결혼 또는 혼인중에 부에 의한 국적의 변경으로 처의 국적이 자동적으로 변경되거나, 처가 무국적으로 되거나 또는 부의 국적이 처에게 강제되지 아니하도록 확보하여야 한다. 2. 당사국은 자녀의 국적 역시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여성에게 부여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제2부 9조)

세계적으로 70년대 이후 부모양계혈통주의를 채택한 나라가 계속 늘어가는 추세이다. 일본만 하더라도 부계혈통주의에서 84년에 국적법을 개정하여 부모양계주의를 채택했으며, 배우자의 귀화요건에서도 평등화를 이루었다.


3. 한국 국적법의 문제와 현실적인 문제들

한국의 국적법으로는 결혼 당사자인 외국인 남자는 결혼과 동시에 그의 의사대로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할 수 없다. 또한 현행 국적법으로는 남편의 국적취득․변경으로 처의 국적은 자동적으로 취득․변경․상실되도록 규정하고 있고 귀화에 있어서 똑같은 배우자인 외국인에 대해 그 배우자가 남성인가 여성인가에 따라 달리 취급함으로써 성차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녀의 경우에도 부계우선혈통주의를 채택함으로써 한국인 어머니와 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는 대한민국국적을 취득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미 사실혼관계에서 아이가 태어나서 취학을 해야하는 상황에 있는 자녀를 둔 가정도 있다. 이들의 어려움은 원칙적으로 호적법상 출생신고가 접수되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편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보험이나 초등학교의 입학도 할 수가 없다. 외국인 남편 또한 자신의 나라에 가서 혼인신고를 하여도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서 비자를 신청하는 경우 동거인 비자(F1)를 받게 된다. 이 동거인 비자의 유효기간은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년인데, F1 비자는 동거하는 가족의 방문과 체류만을 허가하는 비자이지 취업비자는 아니다. 때뭉에 취업하면 불법체류자가 되고 발각되면 추방당하여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하는 일이 생기게 된다. 이런 이유로 결혼사실을 숨기고 사는 경우가 많다.


4. 국적법 개정을 위한 사회단체의 움직임

한국교회여성연합회는 96년 개소한 외국인 여성노동자 상담소 활동을 통해서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여성의 경우를 접하게 되었고 한국의 국적법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96년 동북아시아 여성포럼에서 한국의 외국인노동자 인권문제에 대한 발표를 하면서 한국의 국적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였고, 한국의 불평등한 국적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결의를 한 바도 있다. 이에 한국교회여성연합회에서는 97년 5월 외국인 여성노동자문제에 대한 심포지엄을 하면서 한국의 국적법 문제에 대해서도 법적인 검토를 하였고, 이어 국적법 개정을 위한 사업에 착수하였다. 앞으로도 국적법의 문제를 알리고 개정을 촉구하는 홍보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5. 결론

세계적으로 이주하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한국도 이런 시대적 조류에 따라 많은 부분들을 개방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또 국제적으로 지켜야하는 많은 조약들에 대해서도 유연하고 성숙한 자세로 대처할 것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국내법들도 이런 시각에서 많은 부분 검토의 소지가 있다. 이에 하나가 국적법의 문제이다. 남녀평등의 원칙과 시대적인 조류에 합치되는 법안으로 개정되기를 바란다.


김낙경(한국교회여성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