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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표현의 자유’에 관한 국내 첫 토론회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한 공동대응 촉구


우리사회에 표현의 자유는 있는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주와 진보를 위한 지식인연대 등 13개 사회단체가 마련한 ‘표현의 자유’에 관한 토론회가 9일 오후 2-6시 기독교회관에서 1백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최근 문화예술계를 강타하고 있는 검열과 탄압등 ‘표현의 자유’의 침해에 맞서 대응을 모색하는 최초의 토론회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가진 자리였다. 아직까지 우리사회 내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리사회 내에서 논의는 극히 빈곤한 상태인데, 이러한 점에서 이날 토론회는 공동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보다는 현정세에 대한 분석과 ‘표현의 자유’의 범위․내용 등에 대한 원칙적인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이날 토론회는 뚜렷한 결론을 맺지는 못했다. 다만 공동연대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과 빠른 시일내 후속 토론회를 열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 표현의 자유탄압과 신자유주의(강내희 중앙대 영문학과 교수)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을 정세적으로 이해하려면 우리사회의 변동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의 탄압은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 경향으로 볼 수 있다. 신보수주의 경향은 주로 도덕과 감성의 영역, 즉 정치와 문화의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아울러 이해관계 영역인 경제영역과도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다. 정치와 문화에서 신보수주의를 지지하는 세력은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운동을 지지한다. 신자유주의는 통치를 오히려 강화하고 있으며, 이에따라 신보수주의적 문화정책을 펼친다. 결국 신자유주의는 국가의 책무를 줄이려 들고, 신보주수의는 사회적 통제를 늘이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새롭게 나타나는 사회적 문화적 양상들을 통제하고 조절하지 않으면 안된다. 현재 진행되는 표현의 자유와 같은 인간의 근본적 권리에 대한 통제와 억압은 신자유주의적 사회적 모순이 존속되는 한 지속될 것으로 보아야할 듯 싶다.

전체 국면과 정세적 효과에 대한 분석에 기반을 둔 새로운 방식의 대응이 필요하다. 문제의 복잡성과 복합성을 인식하여 대응의 적절한 네크워크를 형성하자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논리에 대응할 논리를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동시에 국내 진보진영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도 없지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 ‘표현의 자유’의 침해에 대한 대응과 전망(조광희 변호사)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는 그 내용별로 나누자면 정치영역에서의 ‘표현의 자유’와 도덕영역에서의 ‘표현의 자유’로 나눌 수 있다. 표현의 자유를 다루는 경우 의식적으로 두 가지를 구별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제한의 논리가 풍부한 음란물의 규제수준에 맞춰 정치적인 표현물의 규제가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주체는 국가권력이었는데, 국가권력에 못지 않은 부작용을 보일 주체는 자본으로, 그중에서 언론자본의 내부적인 검열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는가’라고 단순하게 질문을 던지지 말고 구체적으로, 단계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여야 한다. 존 스튜어트 밀의 고전적인 논리를 참조해 보았을 때 우리는 표현의 자유의 제한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주장을 취할 수 있다. 첫째, 정치적인 영역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철저히 보장되어야 한다. 둘째, 표현의 자유와 표현물을 향유하여 행복을 추구할 성인의 권리를 최고도로 보장하되, 그러한 표현물로부터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노출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과 미성년자를 위하여 일정한 표현수준을 넘는 표현물에 대하여는 성인 중 원하는 사람망이 접근할 수 있도록 유통경로나 판매방법, 장소 등을 제한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주장이라고 매도할 수 없다.


․‘불온’이나 ‘음란’과 같은 불명확한 개념의 문제

현재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여러 법규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국가보안법) ‘불온’(전기통신사업법) ‘음란’(형법) ‘유해’(청소년보호법)와 같은 극히 추상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용어들은 그 내용에 관하여 충분한 합의를 하기에는 너무 불명확하므로 처벌의 전제로 삼을 수 없다. 또한 합리적인 유통과정을 창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청소년이 볼 수도 있다는 이유로 창작자를 처벌하는 것은 결국 성인의 표현물 수용에 대한 권리나 능력을 청소년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것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유통과정을 마련하는 것은 바로 국가의 의무인 것이다.


․‘표현의 자유’의 침해에 대한 대응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과제

현재 벌어지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의 성질은 결코 단일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현상을 막연히 하나로 포괄하여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매체의 특성과 결합하여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여야 하며, 각 부문이 연구와 운동을 공동으로 진행하여 역량을 높이면서, 위헌적인 부분에 대하여는 논리적으로 공박하고, 재판 등을 통하여 변경해 가되, 불합리한 제도에 대하여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