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두산기계 50일째 직장폐쇄

‘노동유연화 정책’ 관철 위한 노조와해 공작


지난 1일 국회에 제출된 노동부 국감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직장폐쇄 조치가 늘어가고 있으며, 올해만도 쟁의를 겪은 75개사 가운데 36%에 해당하는 27개사가 직장폐쇄를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거에는 방어적으로 사용하던 직장폐쇄를 최근 들어 노조에 대한 공격적 대응 수단으로 사용하는 등, 노동쟁의에 대한 회사측의 대응이 갈수록 강경해지는 양상이다.

5일 현재 50일째 계속되고 있는 두산기계(대표이사 정재식)의 직장폐쇄는 이러한 강경 대응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리고 회사의 강경 대응의 배경에는 ‘노동력 유연화 정책 관철’이라는 양보할 수 없는 이해관계가 자리하고 있다.


4시간 파업빌미로 직장폐쇄

두산기계의 직장폐쇄는 단체협상 기간중인 지난 8월 17일 새벽 단행됐다. 노조(위원장 정용국)가 13일 4시간 동안 경고성 파업을 벌인 것이 빌미가 됐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4시간 경고파업 후 정상조업 하겠다고 분명히 약속했는데도 직장폐쇄 조치를 내린 것은 명백한 탄압”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16일 노조는 정상조업 약속을 천명했지만, 회사측은 이튿날 전격적으로 직장폐쇄 조치를 내렸다. 또한 노조측은 “회사 간부가 새벽마다 전화하고 집으로 찾아와 탈퇴서 작성을 강요한다”며, “협상도 거부한 채 노조탈퇴만을 강요하는 것은 직장폐쇄가 노조 와해를 목표로 했음을 나타내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3백여명에 달하던 조합원 가운데 반수 정도는 회사측의 회유와 압력에 굴복해 조합을 이탈했으며, 현재 남아 있는 1백50여 명이 회사 정문 앞 텐트농성과 출근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또 조합원들 가운데 20여명이 상경, 명동성당에서 농성중이며, 이들은 서울역 등지에서 선전활동을 벌이고 있다. 노조측은 회사측에 △단체협상에 성실히 임할 것 △직장폐쇄 철회 △노조탈퇴공작 중단 △고소고발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고용불안” 노사쟁점

두산기계 노동쟁의의 핵심사항은 고용문제다. 두산기계는 95년말부터 외주용역(하청노동자)을 증가시키고 그 용역사업체의 사장을 개개 공정의 ‘소사장’으로 임명하는 일명 ‘소사장제’를 확대 도입해 왔다. 따라서 기존의 직영노동자들은 ‘배치전환(작업장 이동)’을 명령받게 되고 새로운 작업공정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자진사표를 내는 노동자가 늘어가게 됐다. 조합원들이 “숙련도와 제품의 질이 떨어지고 더불어 회사의 신용도가 떨어지게 된다”며 소사장제의 확대를 반대했으나 회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따라서, 임단협 과정에서 노조측은 ‘고용불안해소’를 핵심요구사항으로 제시했으나, 협상은 계속 결렬됐다. 회사측이 직장폐쇄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오는 동시에 조합원들의 노조탈퇴를 계속적으로 종용하는 이유는 ‘배치전환’ ‘소사장제’ 등 노동력 유연화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서이며, 여기에 걸림돌이 되는 노조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는 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