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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전해투 명동성당 농성 93일째

노동법 개악저지에 총력을, 해고자 복직은 잠시 뒤로…


"제가 89년에 해고되었으니까 햇수로 8년이지요. 딸린 식구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정말 힘든 싸움이에요. 저는 다만 노동해방 염원을 실현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9일로 농성 92일을 맞고 있는 민주노총 해고자복직투쟁 특별위원회(위원장 나현균, 전해투)의 명동성당 농성장에서 만난 박원주(32. 89년 LG 산전 해고노동자) 씨의 말이다.

지난 6월 10일 상반기 집중투쟁 때 민주화 투쟁의 상징인 명동성당에서 시작된 농성이 하반기 중앙 집중투쟁 때까지 계속될 줄은 전해투 소속 노동자들도 몰랐다. 하지만 이들은 한총련 사태이후 보수화 경향을 노골화하고 있는 재계와 정권에 대응하면서, 또한 곧 있을 노동법 개정이 개악될 우려가 높은 이 때 자신들의 요구인 복직문제를 뒤로하고 노동법 개악 저지를 위한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결의했다.

이러한 투쟁의 하나로 전해투 노동자들은 지난 7일 명동성당 입구에서 과천 정부종합청사까지 약 21Km의 구간을 걷는 '고난 행군'을 했다. 40여명이 참가한 고난 행군은 7∼9년의 긴 세월을 원직복직과 해고노동자 발생을 막기 위해 싸워온 해고 노동자들의 삶을 함축적으로 나타내고자 계획되었다. 하지만 쉬지 않고 5시간을 걸어 노동부에 도착해 만난 근로기준국장은 '노동부에서 아무리 요구를 해봤자 기업에서 복직을 시켜주지 않으면 그만'이라며 자신의 처지에 대한 변명만 급급했다고 한다.

박원주 씨는 "해고된 노동자들 대부분이 쿠데타 세력에 의해 만들어진 노동악법에 의해 해고된 것"이라며 "노사관계 개혁의 첫 출발은 노동악법에 의해 해고된 노동자들의 복직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박씨는 자신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노개위 위원이 없는 현실을 지적하면서도 "이러한 현실보다 나 스스로 자신감이 없어지는 것이 두렵다. 하지만 해고될 때도 나는 정당한 요구를 했으며, 지금도 나는 당당하다"며 "10년이 되건 20년이 되건 끝까지 투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