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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국보법 사면자 교수직 박탈

부산예전, 전승일 씨 89년 구속 문제삼아 2주만에

우리 사회에서 국보법을 위반했었다는 과거 전력은 한 개인의 재능과 자격보다도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합당한 자격을 갖추고 있음에도 이러한 문제로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얼마전 한 여성이 국보법 위반으로 복역중인 남편을 두었다는 이유 때문에 교사임용에서 탈락한 데 이어, 또다시 최근 대학 전임교수로 임용됐다가 과거 국보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 교수직을 박탈당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달 부산예술전문대학 만화예술과 전임교수로 임용됐던 전승일(32·퓨쳐 아트 대표) 씨는 출강 2주만에 교수직을 잃었다. 신원조회 결과, 89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사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 씨가 구속됐던 사실이 교수직을 수행하는데 제약이 될 이유는 아무데도 없다. 93년 김영삼 대통령 취임과 더불어 전 씨는 특별사면·복권을 받았다. 즉 공민권상에 아무 하자가 없는 것이다.

이미 전 씨는 이번 학기 개강에 앞서 학장과 이사장을 만나 전임교수직을 맡기로 약속을 마친 상황이었다. 개강과 더불어 전 씨에겐 연구실과 집기가 제공됐고 2주간 강의도 진행했다. 그러나, 안기부 신원조회 결과가 학교에 통보된 뒤, 전 씨는 연구실을 나와야만 했다. 전 씨를 교수로 추천했던 학과장은 "국보법으로 구속됐던 사람을 어떻게 학교에서 받아들이겠냐"는 학교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전 씨는 "과거의 법 적용이 지금 사회생활에 결정적 제약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임용권이 이사장의 권한이므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