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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구타여성, 법률지원 절박

이상희할머니사건 미연에 방지하자


구타상황에 처해있는 여성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법률적 지원으로, 구타당한 여성 3천2백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8.7%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여성의 전화(회장 신혜수, 여성의 전화)가 지난 3월 발표한 95년 상담통계에서 나타났는데, 작년 상담건수 1만5천3백90건 중 아내구타가 21.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속적으로 구타당하는 딸을 보다못해 사위를 칼로 찔러 숨지게한 혐의로 2일 구속된 이상희(73) 할머니의 경우는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상희할머니의 딸 정미숙(42)씨는 남편 오원종(50)씨로부터 돈벌이를 강요당하고, 조금이라도 대꾸를 하면 칼로 위협을 당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고 한다. 정씨가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친정으로 피신을 오면 술에 취한 오씨가 찾아와 부인은 물론 장모인 이상희할머니에게도 폭언과 구타를 일삼았다.

이때 신고를 받은 경찰은 출동조차 않거나, 출동하더라도 10분후면 오씨를 되돌려 보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찰의 태도를 지적하면서 여성의 전화는 “현행 법규로는 이런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기가 어렵다. 만약 주변의 신고로 가해자 오씨를 격리수용만 했더라면 두모녀가 살인자가 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가정폭력방지법의 즉각적인 제정을 요구했다.

또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원 여성의 전화에서는 두 모녀 구제 서명작업을 벌이며, 재판부에 정상을 참작해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보낼 예정이다.


한편 이같은 가정폭력의 심각성이 ‘죽음’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 경우는 드문 일이 아니다. 95년 3월 계속된 가정폭력으로 아버지를 살해한 전경진(18)씨, 94년 폭력에 못이겨 남편을 살해한 이순심(43)씨, 93년 14년동안 남편을 학대를 받아오다 결국 칼로 생명을 위협하는 남편을 죽인 이형자(40)씨 사건등은 가정폭력의 문제점과 해결책 마련의 시급함을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