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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21일 장례 한일병원 고 김시자 위원장 분신 원인>

최태일 본부위원장의 어용성과 노조 전임자 축소가 문제


5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전력 노동조합」은 조합원 2만6천명과 250개의 분회, 64개 지부, 그리고 본부로 구성돼있다. 분회 노조위원장은 조합원 총회를 통한 직선제로 선출되지만 지부는 약 20%만이 직선제를 실시하고 나머지는 대의원을 통한 간선제를 택하고 있다. 한국전력 노조의 핵심부라 할 수 있는 본부장은 별도로 선출된 2백50명의 전국대의원이 선출하고 임기는 3년이다.

지금의 최태일 본부노조위원장은 90년 본부위원장에 당선, 94년 재선되었다. 최씨는 94년 1월 사측과의 단체협상에서 자신을 포함하여 정년퇴임을 맞은 노조간부 13명의 정년 2년연장과 사측이 주장한 3%임금인상안에 전격 합의했다. 이에 분노한 23개 지부 위원장들은 94년 2월 한전 본사에서 '최태일 퇴진 촉구농성'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한전노조 내 노조민주화투쟁은 시작된 것이다.
농성은 회사와 노조의 회유·협박에 못이겨 한달 만에 끝났다.

그러나 농성에 대한 보복은 생각보다 늦게 왔다. 농성이 있은지 1년이 훨씬 넘은 95년 5월, 최태일 집행부는 고리원자력지부 김채로위원장 등 8명이 '특정인 정년연장 투쟁'을 했다는 이유로 전임해제를 당했다. 뒤이어 영광원자력지부 장기영 위원장 등 2명이 해임되었다. 또 한국전력은 양성호씨등 위원장 11명을 부당 전출시켜 민주세력이 있는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기 시작했다. 지난 12일 김시자 위원장의 징계사유도 '최태일 퇴진 촉구농성'이다. 대책위 양성호씨는 "최태일 집행부가 김위원장을 징계하려한 것은 노조내 민주세력 죽이기에 하나"라고 말했다. 즉, 3월 지부·분회 위원장 선거에 김씨를 나가지 못하도록 하기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김시자 위원장이 죽음으로 막고자 했던 것 중 하나는 정부의 노조 전임자 축소 방침이다. 지금 한국전력과 같은 정부투자기관 노동조합들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95년 12월 20일 정부가 '정부투자기관 노조 전임자 축소'를 발표하고 이를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벌써 한국전력외에도 근로복지공단, 한국가스안전공사 노조가 전임자 축소에 합의했다. 정부투자기관 노조 및 노동단체들은 [전임자 축소 저지를 위한 공공부문공동대책위원회](준)을 조직, 정부의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공부문노조대표자회의] 홍보실장 강순임씨는 노조 전임자 축소가 "노조상근자와 사무실을 없애 무력화,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씨는 정부의 이런 방침이 "노사간의 자율을 위장하고 있지만 노조위원장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있어 직권중재와 낙하산 인사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 김시자 위원장의 분신은 이런 한국전력노조의 민주화와 공공부문 노조 전임자 축소 반대투쟁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김위원장의 가족장 직후 한국전력 노조 민주화추진위워회가 결성되었음은 바로 이를 입중하고 있다. 한국전력 노조가 곧 한구통신 노조처럼 변하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