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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특별기고> 검찰의 5.18불기소 논거에 대한 헌법적 비판

5.18 책임자 처벌 특별검사제 도입으로

소위 5.18 고소 고발사건에 대한 검찰의 관점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비상계엄의 확대, 정치인이 체포·연금, 정치활동의 금지, 국보위의 설치·운영 등 일련의 조치들은 당시 군의 최고실력자로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최규하 대통령의 사전지시 없이 기획·입안해 추진한 조치들로써,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집권에 성공하여 새 공화국을 출범시키는 과정에 있어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이른바 정권창출의 준비 또는 기초행위로써 실질도 가지고 있다…전두환 국보위상임위원장이 국보위의 몇 가지 조치를 기반으로 해서 최대통령의 하야 후, 전군지휘관회의의 추대결의 등 군부를 배경으로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단독출마, 당선되어 헌법을 개정하고 국회와 정당을 해산시키고, 정치활동금지규정을 만든 것 등의 집권과정은 그가 장악하고 있던 군을 배경으로 새로운 정권과 헌법질서를 창출해 나간 정치적 변혁과정에 해당된다…정치적 변혁의 주도세력이 정권창출에 성공해 국민의 정치적 심판을 받아 새로운 헌정질서를 수립한 경우 사법심사가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유력하다…내란죄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로 구질서를 지키기 위한 내란죄로 새로운 체제의 주체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형법학자들의 통설이다…문제가 되는 일련의 조치나 행위는 정치적 변혁과정에서 기존 통치질서를 대체하고 새로운 헌법질서를 형성하는 기초가 됐고, 그 후 새 헌법에 의해 헌법질서 속으로 수용된 것으로…위법여부를 판단할 경우…정치적·사회적·법률적으로 중대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고…국민투표 또는 대통령선거 등 국민적 심판과정을 통해 형성된 국민의 정치적 판단과 결정을 사후에 사법적으로 번복하는 것은 부당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국보위 설치 운영은…전형적인 통치행위영역에 속하는 것이므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형식판단, 우선 법리에 따라 전원 '공소권없음' 결정을 내린다….

이러한 검찰의 논거 중 헌법적 쟁점으로는 첫째, 전두환 등의 '내란행위'가 새로운 헌정질서의 창출인가에 대한 판단에 있어 검찰이 인용하고 있는 케케묵은 법실증주의자들의 견해에 대한 검찰의 독단적 판단을 지적할 수 있다. 켈젠의 견해에 동조한다고 하더라도 혁명에 의한 새로운 국가의 형성과 같이 기존의 법질서를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경우에는 근본규범의 변화를 새로운 질서에 대한 정당성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 단지 소수 집권자의 변경에 불과한 위의 내란행위가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내란행위를 통해 만든 소위 5공화국헌법 그 자체에서 헌정질서의 연속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전문과 부칙 제9조)과 신군부의 '정권탈취를 합법화시키기 위한 규정'을 제외하고는 근본규범의 변화로 볼 수 있는 헌정질서의 변화는 없었다는 사실이 그 증거이다.

둘째, 설령 일시적으로 새로운 헌정질서를 창출했다고 하더라도 내란행위의 당사자들에 대한 국민의 지속적인 저항이 항상 존재했었고, 급기야 87년 6월항쟁으로 인해 국민적 심판을 통해 '새로운 헌정질서'가 부인되었던 사실은 '성공한 내란'이라는 검찰의 판단이 그릇된 것임을 증명한다. '성공'여부에 대해 검찰은, 전두환이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된 것과 소위 5공화국헌법이 국민투표를 통해 확정된 것을 말한다. 이때는 언론통제와 정치규제 등의 억압적 상황이 애초 '내란행위'의 연속선상에 있던 상황으로써, 일련의 억압행위가 국민의 심판을 통해 바로잡힌 때의 시점에서 판단하는 경우 '성공'여부는 달라지게 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셋째, 설사 백보 양보해서 '성공'시점을 소위 5공화국헌법의 개정시기로 한다고 해도, 비상계엄의 전국확대 등 일련의 내란행위가 전부 새 헌법질서 속으로 수용되었다고 하는 논거는 5공화국헌법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전혀 근거 없는 것이다. 따라서, 법실증주의를 내세운 검찰의 태도에 비춰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내란행위에는 검찰이 인정했듯이 불법감금, 고문, 살인 등에 이르는 반인륜적 범죄가 내재되어 있고 이 부분에 대한 면죄규정은 5공화국헌법 어디에도 없다.

넷째, '일시적으로 성공한 내란' 좀더 정확히 말해 '궁극적으로 실패한 내란'에 대한 문제로써 법적 안정성을 거론하면, 과거 불법상태의 정상화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얼마간의 혼란은 특별법의 제정 등 법적으로 치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더욱 법적 안정성 확보에 이바지한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지적해야만 하는 것이 검찰의 '정치적' 판단이다. 통치행위에 속하는 것인지 사법판단이 자제되어야 하는 것인지는 분명코 사법부의 소관사항이다. 검찰의 '공소권없음' 결정에 이르는 논지는 검찰 스스로 정치적 기관임을 입증한 것이다. 국민을 기만하는 미진한 늑장수사는 검찰이 단순히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정치의 한복판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준사법기관'이라는 허울만을 둘러쓴 검찰의 위상에 대한 재평가가 시급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한 검찰권 확립이 시급한 것이다. 검찰의 공선제를 통해 근본적으로 중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나 당장 화급한 처리를 위해서 특별검사제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서경석(인하대 강사, 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