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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현장스케치> 정부 늙은 노인들 꼬셔 이간질하려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농성 7일째


봄을 맞아 더욱 번화하기만 한 명동에는 빌딩숲 사이로 하루에 여섯번 우렁찬 고함소리가 울려 퍼진다. 외국인산업연수생들이 농성을 벌였던 그 자리에 생업을 포기하고 이 터와 그 위를 발딛고 사는 사람들의 미래를 걱정하며 덕적도 주민들은 핵폐기장 반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핵 아래 생명 없다”라는 구호는 농성장 주민의 심정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지나가는 행인들은 문득 발을 멈추고 핵문제의 실상을 느끼며 폐기장 반대 서명에 동참하거나 우유나 빵 등 간식거리를 사들고 격려하러 오곤한다.

7평 남짓한 비닐천막에서 만난 덕적도 한 아주머니는 “도깨비 같은 문민정부는 힘없고 늙은 노인들을 꼬셔서 찬성만 하면 1억을 준다고 했다. 또한 각서를 만들어 주민들을 이간시키려했다”며 각서를 발견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지난 2월 28일 주민 백여명은 덕적면 면사무소 민원실로 들어갔다. 각서는 민원실에 수북한 높이로 쌓여 있었다. 각서에는 “본인은 주위 사람들의 강권에 못 이겨 반대시위에 참여했으나 정부시책에 적극 호응할 것을 다짐한다”와 “본인은 금번 굴업도의 핵폐기물 저장 설치에 결사반대 하는 사람으로 이후 정부에서 핵폐기장 설치를 미끼로 지급되는 아무런 보상금도 거부할 것을 다짐하며 이 각서를 제출한다”가 씌여 있고 수신인은 국무총리 앞으로 되어 있었다. 주민들의 문제제기로 각서는 수거되었고 면사무소 직원은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라며 발뺌을 하면서 책임을 회피했다.